꾸벅꾸벅 살아..볼까요 ㅎㅎㅎ
snowya 2026/08/02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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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 - 2026-06-22
: 2,242
『 100만 번 산 고양이』 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이다.
교실에서 읽어주다가 울컥해서 멈추지 않은 적이 없다.
당연히 또 목이 메이는 감동 스토리겠거니 하고 펼친 그림책은
사실 처음 몇 페이지는 황당 그 자체였다.
표지와 제목만 보고 모두 잠든 후에 벌어지는 일인가보다 했으니까.
이야기를 조르는 아이와 아무튼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빠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식사로 접시에 올라온 생선에게도, 왕비님에게도, 모두에게 꾸벅 하는 임금님이 있다.
왕인데 모두에게 꾸벅, 하고
모두가 그런 왕에게 함부로 한다. 생선조차!
이웃나라 왕의 선전포고에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하던 식사를 마친 임금님의 저력은 이 꾸벅꾸벅에서 나온다.
최고 통수권자인 임금님은 대장에게 외친다.
“언제나처럼 꾸벅꾸벅 싸운다!”
용맹스러운 병대는 꾸벅꾸벅 싸우고
임금님의 아름다운 숲도 성들도 꾸벅꾸벅 싸운다.
전쟁의 경과는 그림책에서 직접 보는 것을 추천한다.
임금님은 가장 높은 위치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모두를 대한다.
나를 떠받드는 남편에게 흥! 하는 왕비님도
총알 떨어져서 졌으면서 자기네는 한명도 안다쳤다고
나불대는 이웃나라 왕도, 잘 보면 다 익숙한 우리들의 모습인데
꾸깃한 콜라 캔 처럼 모두에게 몸을 숙이며 인사하는 임금님과 대비되어
어찌나 경박해보이는지 몰라.
나이를 먹고 경력이 쌓이다보니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도저히 지고는 못살겠다 싶은 것들이 있다.
단지 부드럽게 예의를 갖추는 것 뿐인데
내가 지는 것 같아 속에서 불같이 화가 날 때도 있다.
특히 나는 예의를 갖추고 우아하게 대하는데 상대는 그렇지 못할 때
화가 나고 똑같이 해주고 싶다.
심지어 똑같이 갚아준 승리의 에피소드가
기억의 한페이지를 채우고 있기도 하다 ㅋㅋㅋ
얼마나 속이 시원한지,
그 페이지를 펼쳐보고 또 펼쳐보고 했다.
눈눈 이이는 굴종을 떨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아무리 사노요코를 좋아하고
그림책이 재미있었고
다시 되돌아보니 삶의 태도와 그 의미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기로소니
단박에 임금님처럼 살 수는 없는데
단지 속에서 천불이 날 때
이 임금님이 한번쯤 생각나 마음이 다스려진다면 좋겠다.
음.. 임금님께 신하가 반말도 하는데
학부모가 담임한테 반말쯤이야,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까?
오 노... 다시 4년 전으로 돌아가도 같이 반말로 응수해 주겠다.
임금님은 이러나 저러나 스스로 빛날 수 있는 임금님이지만
나는 그저 한낱 직장인이라 명예와 대우도 중요하다 ㅋㅋㅋ
이야기 속 임금님이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빠, 이야기해 줘.”
“어떤 이야기?”
“꾸깃꾸깃해진 거.”
이런 요상한 아이의 요청에도 그럼~하고 이야기를 시작하고,
아니라는 타박에도 “그래, 이야기가 아직 남아 있단다.”라고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는 아빠라면!
그리고 결국 아이가 듣고 싶어하던 꾸깃꾸깃 콜라 캔을 차며 노는 임금님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할 수 있으려면,
꾸벅꾸벅 임금님정도의 삶의 태도는 지녀야 하지 않겠냐는...ㅎㅎㅎ
아이에게 늘 관대하지는 못했던 엄마의 변명에서 비롯한 지극히 개인적인 해석이다.
사실 방학식 날 이 책을 아이들에게 꼭 읽어주고 싶었는데
뜻밖의 사건으로 인해 매우 바쁜 4교시를 보내느라 시간이 없었다.
혈기왕성한 사춘기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읽고 무슨 이야기를 할지 참 궁금하다.
#문학과지성사 #사노요코 #꾸벅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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