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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ya님의 서재
  • 허수의 정체
  • 전수경
  • 12,420원 (10%↓690)
  • 2025-05-16
  • : 1,167
단편집을 좋아하지 않아서 스스로 찾아 읽지 않는데 작년의 딥인고전과 올해까지 이어진 밤의페이지 독서모임, 창비 선생님 북클럽을 통해 몇몇 작가들의 단편집을 읽게 되었다. 장편과 다른 단편만의 매력을 알게 해준 멋진 작가들 - 모파상과 레이먼드 카버, 오늘 이야기 할 전수경 작가!-을 떠올려 보면 다양한 책을 접하고 읽어보는것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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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첫인상은 참 묘...했다. 앞표지에만 14명의 아이들이 등장하는데 색감과 화풍이 부드러우면서도 굉장히 미스테리한 느낌이라, 솔직히 썩 읽고 싶지 않았다. 내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미루고 미루다가, 아 더는 안되겠다 하고 책을 집어 든것은 바로 다음달 북클럽 도서가 학교에 택배로 도착해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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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놓지 못하고 읽었다. 반해버렸다. 또 읽고, 다시 한번 더 읽은 후에 책방 사춘기에서 인스타 라이브로 전수경 작가와 북토크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얼마나 기뻤는지! 인스타 라이브 특성상 채팅으로 간단한 의견만 보낼 수 있어서 더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는 없었지만 내가 추리했던 내용들이 작가의 의도와 들어맞는다는 것이 기뻤다! 또 굉장히 철학적인 곳 까지 가 닿는 작가의 생각들, 즉 어린이들을 ‘어린 사람’으로 보지 않고 이미 완성된 자기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격체로 바라보는 시선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진심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며 쓴 작품이라 유치한 면은 전혀 없었고, 어른이 보아도 좋은 책이 좋은 어린이 책이라는 말이 다시 한번 떠올랐다. 좋은 작가들과 동시대를 살고, 또 이렇게나 매체가 발달한 시대에 살면서 마음에 드는 책을 쓴 작가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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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인 <허수의 정체>를 포함해 총 8편의 작품이 실려있고 앞의 일곱 편에 출연하는 아이들은 마지막 <우리 반 아침>에 모두 다시 등장한다. 각 편에서 조금 미운 모습을 보여준 아이에게도 이 마지막 이야기에서 다시 한 번 기회를 준다. 이 작품과 나의 직장생활, 달과 6펜스까지 맞물리면서 요즘 인간의 입체적인 면모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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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회전 킥 - 유진 세호 수미 영배 가현
2. 허수의 정체 - 나(규호) 상규 준표 허수 민서 도훈 뚜언 찬우
3. 하나, 둘, 셋 - 윤채 성우 리나 재영
4. 현악 사중주 - 나래 현아 혜지
5. 할아버지와 바다 - 해수
6. 체험학습 - 주호
7. 월간 낚시 - 찬우 은서 범준 규호
8. 우리반 아침 - 전부 + 혜지 하령 나(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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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들 모두를 펼친면에 그린 삽화가 앞, 뒤 표지로 사용되었다.
이 책에 정말 몰입해 읽고 나서 다람쥐에게 건내줬는데 그녀 역시 빠져들었고,
가장 인상깊은 편은 <허수의 정체>라고 했다. 난 사실 이 때 까진 이야기에 빠져 읽느라 삽화를 잘 살펴보지 않았었는데 다람쥐가 “표지에 그려진 허수가 엄청 튄다”며 한참 표지 이야기를 했다. 정말, 옆 얼굴 조차 보이지 않는 아이는 허수 뿐이다. 그 때부터였다. 이 표지 그림에 있는 아이들은 전부 등장인물이로구나 싶어서 책 내용과 삽화를 샅샅히 뒤져 이름을 찾기 시작했다. 아우 도파민 터진다!!! 일단 노트에 각 편에 등장하는 아이들 이름을 전부 다 쓰고,
책을 다시 읽으면서 각 이야기의 주인공과 서술자를 찾아보았다. 재밌는건 대체로 3인칭 전지적 시점이거나 <무회전 킥>의 경우 1인칭 주인공 시점이면서 ‘나’를 부르는 친구들의 대사에서 서술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데, 표제작 <허수의 정체>는 1인칭 관찰자 시점이고 ‘나’를 부르는 다른 등장인물의 대사가 없기 때문에 서술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일단 표지에 나온 아이들 이름을 전부 찾아보았는데 가장 어려웠던 것은 준표와 도훈이를 구분하는 것이었다. 덕분에 허수의 정체는 정말 한 이틀 사이에 다섯번은 읽은 것 같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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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의 정체>의 ‘나’는 규호라고 추리했다.
왜냐하면 ‘나’는 비밀 수사대를 함께 만든 상규, 준표와 친하게 지내고 셋이서 피시방을 다니며 게임을 잘 한다는 것- 허수를 만나 게임을 하고 함께 놀다 헤어지는 장면-을 알 수 있는데, 마지막 <우리 반 아침>에서 학교 끝나고 우리집 갈사람! 하고 묻는 상규에게 규호가 제일 먼저 “피시방 가기로 했잖아”라고 대답했기 때문이다.
하하하하하 이런 재미있는 책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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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현악 사중주>다.
10여년 전 첫째를 낳고 키울때 맘카페에 들어가보면 많이들 하는 것이 플레이 데이트인데 난 잠깐 휴직중이기도 했고 운전도 할 줄 몰랐으며 심지어 이 동네 학구인 학교에 근무중이었기 때문에 누굴 만나 친해지는것도 사실 꺼려졌었다. 실제로 옆집이 내가 가르치는 학년 학생이기도 했고 복직해서 학부모와 교사 관계로 만나는게 껄끄러울것 같기도 했고, 무엇보다 내 성격이 모르는 사람과 덥썩 친해지지 못하는게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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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아와 현아 엄마는 유치원부터 3학년 초까지 나래와 나래엄마와 함께 넷이서 이곳저곳을 많이 다녔다.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을 많이 공유했을터. 하지만 현아와 나래는 성향이 잘 맞지 않는 아이였고, 문제가 생기면 먼저 눈물을 보이는 현아 때문에 나래는 억울한 일도 많았다. 또 최근에는 현아때문에 학폭 가해자 입장에 놓일 뻔 한 위기를 혼자 견뎌내야 했던 나래 입장에서는 이런 모임, 이제 그만하고 싶다. 엄마들의 의기투합으로 나래는 아무것도 모른 채 현악 사중주를 들으러 가게 되고 갑작스러운 현아네의 동행이 반갑지 않은데...
배가 아파 갑자기 들른 화장실에서 나래의 속마음을 엿들은 현아 엄마가 화를 내는 모습이 이 관계의 본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래의 관점에서 서술되는 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현아가 참 밉고 정이 안가는 이기적인 아이인데 그 엄마도 마찬가지다. 자기 아이로 인해 불편한 마음을 갖는 나래를 보면서 내 아이를 돌아보려는 생각은 전혀 없다 세상에 그냥 친구도 아니고 어릴때부터 몇 년을 함께 해온 아이 친구인데도 말이다.
차 안에서 감정에 북받쳐 자기 속마음을 쏟아내는 나래를 나래 엄마는 불편해 하고 “빨리 현아한테 사과해. 그리고 예전처럼 친하게 지내.”라며 명령한다. 오마이갓~
나래 엄마는 이 순간 나래 엄마가 아니라 현아엄마 친구 모씨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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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매개로 확장된 인간관계에서 아이가 중심이 되지 못하고 엄마들의 사교모임이 되어버린다. 어릴때야 단순하니 엄마를 따라다니며 고만고만 섞여 놀지만 커갈수록 저마다의 성향이 뚜렷해지고 서로간의 상호작용도 마냥 어릴때 같을 수만은 없는데 엄마들은 이 점을 간과한다. 고분고분 말 듣고 따라 나와서 나의 이 사교 행위가 원만하게 이루어지도록 저 집 애랑 사이좋게 지내라, 그래야 엄마 편하게 수다 좀 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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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인생 첫 저학년 담임을 해 본 때였는데 3월부터 학폭 조짐이 보였다.
여자애들 대여섯명 사이의 갈등이었는데 파고 파고 또 파보니 이 갈등의 뿌리는 유치원 시절에 있었고 관계의 악화 원인은 ‘엄마들끼리 친해서 자주 모인다’였다. 그놈의 이모 이모.... 3월 첫 주에 파악한 그 아이들의 성향은 너무나 상극이었다. 둘이 합쳐서 한사람 채울 인성도 못되는 부모(아이의 인간 말종짓을 전화해서 알리고 지도 요청하면 그게 왜 잘못이냐고 반문했음)밑에 자란 여왕벌 아이 하나에 최측근 시녀를 자처하는 아이 하나(얘는 심지어 내가 여왕벌을 지적하고 혼내는 순간에 끼어들어 ‘선생님, 우리 ㅇㅇ이는 그런 애 아니에요!’했다 ㅋㅋㅋ) 그리고 그 사이를 채우며 여왕벌의 수족 노릇을 하면서 선생님 앞에서는 또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이상한 아이들, 얘네들은 사실 자기가 그 여왕벌 노릇 하고 싶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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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친 조합의 시작이 바로 그놈의 엄마들 플레이 데이트 모임에서 아빠들까지 동반한 캠핑 모임으로 번져 애들 적당히 먹을거 먹여놓고 나래 엄마처럼 일생기면 ‘친하게 지내!’라고 자기 애 다그친 다음 부모들은 먹고 노느라 바쁜 그 사교 모임이다. 결국 그 아이들 부모는 뒤로는 나에게 전화해서 여왕벌 아이와 부모를 욕했고 그 집, 그 애 때문에 우리 애가 상쳐받고 나쁜 영향을 받았다며 멀어지고 싶다고 했다. 적극 권장하는 바라고, 댁 네 아이들은 기질적으로 맞지 않다고 했으나. 한 달 지나고 나니 그 집 애들은 또 다같이 묶어서 주말에 캠핑을 가더라. 거기서 또 새로운 문제와 불편감을 느끼고 학교 와서 상담요청하고 힘들다 울고, 일년 내내 이 난리를 반복. 오.. 인생...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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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래는 정말 멋진 아이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볼 줄 알고 제 욕구가 무엇인지 안다.
나와 맞지 않는 친구와 조용히 서서히 거리를 둘 줄 알고, 자기 할 말도 결국에는 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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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왜 날 피해는데?”
현아가 대뜸 말을 걸었다. 그런 질문을 할 줄 몰랐다.
“정말 알고 싶어?”
“응”
“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리고 사과하면 끝인 줄 알아.”
“내가?”
“그래, 친구들을 진심으로 대하면 좋겠어.”
“...... 그렇게 할게.”
현아가 내 말을 받아 줘서 다행이었다.
“나래야.“
현아가 다시 불렀다.
”왜?“
”그럼 우리, 예전처럼 친하게 지내는 거지?“
나는 그 질문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했다.
...(중략)
”아니, 그러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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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하지만 쉽게 꺼낼 수 없었던 고민 끝에 이야기 한 결심을 말하고도
나래는 자신이 나쁜 애가 된 것 같아 불편했다. 하지만 어쩐지 마음이 조금씩 편안해졌다.
아이들이 관계에서 오는 불편감을 무조건 삼켜야 한다고 가르쳐서는 안된다.
왜 불편한지, 어떤 차이에서 오는 문제인지 살펴보고 해결이 불가능한 일이라면, 상대방에게 개선의 의사가 없다면
조용히 멀어지는 것도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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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차 안,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한 목적지를 향해가던 네 사람.
결국 나래 엄마는 앞차를 들이 박는다. 20년 무사고를 자랑하던 나래 엄마가.
이 네 사람의 사중주는 점점 듣기 힘든 불협화음이 되어갔고
교통사고는 이 연주를 끝냈다.
교통사고를 낸 사람은 나래 엄마이고 늘 사고를 잘 낸다는 현아엄마는 얼른 내려 나래엄마를 돕는다.
사고의 피해자는 두 아이, 한 아이가 좀 더 많이 다쳤고 더이상 이 차에 함께 타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며
이 사고의 뒷수습은 두 아줌마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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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인 <허수의 정체>,
세개의 직장, 3단지의 아파트, 이 두가지의 조합 중 하나에 속하지 않은 아이가 없는 표선마을 아이들은
자신이 어느 조합의 아이인지 알고 있고 다른 아이들은 또 어디에 속한 아이인지 잘 알고 있다.
어느날 전학온 외계인 같은 아이 진허수, 노란 티셔츠에 번들거리는 비닐 가방을 메고 온 이 아이는 난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말로 아이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말도 안 돼. 다른 데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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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직장이 어디인지, 사는 아파트가 어디인지 집요하게 묻는 아이들에게 초면에 이런 개인정보를 질문하다니 불쾌하다고 일갈하는 허수는 이 두가지 만으로 사람을 규정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늑대인간이 되었다가 귀신이 되었다가 한다. 우연히 허수의 뒤를 쫓던 아이들은 결국 그 궁금증을 해소하고 준표가 야구를 잘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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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좀 하네.” 준표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당연하지, 나 야구 선수야.” 허수가 말했다.
“진짜? 왜 말 안 했어?” 상규가 깜짝 놀랐다.
“안 물어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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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작 중요한 것은 묻지 않는다. 어디에 사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가 더 궁금하다.
나의 기준으로 사람을 재어보고 내 생각대로 그 사람을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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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와 아이들은 이 날 허수에게 야구를 배우고, 같이 게임도 하며 친해진다. 진작 친해지지 못한게 아쉬울 정도로 허수는 재미있는 친구였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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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허수는 전학을 갔고, 허수가 잊혀질 때 쯤 민서라는 아이가 전학을 온다.
회색옷을 입은 민서에게 다가간 아이들의 질문은 ‘모두 유채색’이었다.
무채색 세상에 사는 아이들에게 온갖 현란한 색을 가져와 눈을 뜨게 해준 허수 덕분에
이제 아이들은 이 세상이 알록달록 다양한 색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는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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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 온 첫 날 부터 떠난 그 날 까지 아이의 이름을 한번도 제대로 부르지 못하는 담임선생님 캐릭터도 독특하다.
허수의 풀네임은 ‘진허수’, 선생님은 허진수라고 부르는데 ㅋㅋㅋ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자꾸만 혼동하는 어른들을 꼬집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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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에서 전수경 작가는 허수는 아이들의 세상을 확장시키는 아이이고, 데카르트의 좌표를 떠올리면서 몇가지 요소로 인해 좌표가 정해지는 요즘 아이들-다양성을 인정 받지 못하고 단수하게 눈에 보이는 몇가지 요소로 규정지어지는 무채색+비슷비슷한 브랜드 일색의 요즘 아이들을 보면서 구상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허수의 정체를 부모 직장과 사는 곳으로 좌표를 찍으려 했지만 허수를 이를 거부했고, “실존인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는 ‘허수’의 존재로 이 좌표판을 좀 흔들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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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바다>는 나는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감동을 받았지만 12살 다람쥐는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아무래도 비슷한 경험이 없는 어린 아이이고 나는 할아버지나 해수 엄마의 입장에서 책을 읽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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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수가 사춘기에 접어들어 가족끼리의 모임을 피하고 싶은 그런 아이라고 생각하며 이 편을 읽기 시작했다.
표현이 서툰, 방법을 모르는 아이들을 보면서 어른들은 얼마나 많은 오해를 하는지 깨닫게 한 것이 바로 <할아버지와 바다>이다. 할아버지를 깊이 사랑하는 해수는 병든 몸에 갇힌 할아버지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혼자 남은 할아버지의 눈물을 보며 할아버지는 여전히 할아버지라며 가장 큰 위로를 전할 수 있게 된 해수의 모습에 가슴뭉클함을 느꼈다. 가족들과의 떠들썩한 면회 시간보다 할아버지에게 더 의지가 된 것은 환자복 아래에서 느껴지는 여전한 할아버지의 살냄새를 맡을 수 있는 해수의 말 한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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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03쪽
“엄마, 할아버지는 예전과 같은 사람일까? 다른 사람일까?”
할아버지는 해수가 아는 가장 단정하고 우아한 사람이었다. 누구에게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손주인 해수에게조차 그랬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어 버렸다. 아픈 몸에 갇혀 꼼짝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해수는 달라진 할아버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려웠다.
“나라면 변한 모습을 보여 주기 싫을 것 같아. 나는 할아버지를 보는 게...... 미안해.”
“오, 해수야.”
엄마가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리고 한참을 그대로 있었다. 엄마 마음도 해수와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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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쪽
“우웅, 우우웅, 웅웅.”
할아버지에게 다가갈수록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리일까, 신경이 곤두섰다. 침대 곁으로 가 할아버지 얼굴을 가까이서 봤을 때 해수는 그대로 몸이 굳어 버리는 줄 알았다.
할아버지가 울고 있었다. 입을 꾹 다문 채 울음을 삼키는 중이었다. 자신의 상황에 대해 얼마나 알고, 어디까지 느끼는지 모르지만 분명 슬퍼하고 있었다.
해수는 몸을 기울여 할아버지 가슴에 얼굴을 댔다. 환자복에서 할아버지 살냄새가 났다. 하루 동안 보았던 할아버지의 여러 얼굴이 스쳐 갔다. 모두 할아버지였다. 모습이 바뀌어도 같은 사람이었다.
“할아버지는 똑같이 할아버지야.”
해수의 목소리에 할아버지의 흐느낌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격렬하던 가슴의 움직임도 차분해졌다.
열린 창으로 시원한 바람이 들어왔다. 바람에서 바다 냄새가 났다. 순간 침대가 배가 되고, 병실이 바다로 변했다. 할아버지는 거친 파도와 싸우는 중이었다. 해수도 할아버지와 함께였다. 긴 오후가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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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작가님께 표지 그림의 정답표가 있다고 하셨는데!!
북토크 시간이 다 되어 정답을 확인하지 못한 채 라이브가 종료되어버린것이 안타깝고...
책방 사춘기에 디엠을 보내보았으나 읽지를 않음.
정답을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직업병 탓에 김규아 작가에게 직접 메세지를 보내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서평을 마무리한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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