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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ya님의 서재
  • 세상
  • 강경수
  • 15,120원 (10%↓840)
  • 2024-11-29
  • : 949

창비에서 온 우편물이 학교에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기대를 가득 안고 행정실 앞 우편물 더미에서 찾아 들고 교실로 뛰어가 열어보았다.


노랑, 흰, 검정의 극명한 대비와 종이의 서걱거림이나 매끈함이 없는 독특한 질감의 책이다.

표지는 정말, '하... 그래, 이 복잡한 세상...'하는 탄식이 절로 나오는 복잡한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

면지의 까만 우 주 속에는 별들이 반짝이고 그 다음에는 지구, 그 다음엔 도시, 그 다음엔 도시의 어딘가로 점점 좁혀져 가고 거기에 한 아기가 있다.

기지개를 펴는 아기와 아기의 팔다리가 닿는 곳은 흰색, 그 너머는 전부 노랑으로 칠해져 있다. 나는 이 노랑이 아이 외부의 세상을 나타내는 색이라고 생각했다. 흰색은 아기 자신의 영역, 익숙한 세상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아기의 그림자도 노란색인데, 어린 아기가 자기 그림자를 보고 놀라서 도망다니는 영상을 본 기억이 난다.

신생아들이 자기 주먹을 세상 신기한 장난감처럼 살펴보고 탐색하기도 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자기 자신조차 새로운 세상이었을 이 갓난 아기의 모습이 이렇게 표현된 것 같았다.

아이가 사는 집 창문의 창살은 가정집이 아니라 감옥의 창문 모양이다.(아이들이 보자마자 이거 집 아니고 감옥 아니예요? 했다)

이는 안에서 밖으로도, 밖에서 안으로도, 어느쪽으로도 넘어갈 수 없게 만드는 장치이다.

아이를 지키고자 했던 커다란 손은 바깥 세상의 위험이 아이를 해치지 않길 바랬고, 순수한 아이가 위험하고 잔혹한 바깥 세상으로 넘어가는것도 원하지 않았다는걸 보여준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이 대체로 이럴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


커다란 손이 주는 것이 전부인 세상에서 행복했던 아이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것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하고,

손은 쉬지않고 질문하는 아이에게 많은것들을 설명하고 알려준다.

아이가 창 밖의 세상에 대해 궁금해 하기 시작했을때, 손은 자상한 설명을 멈춘다. (여자아이가 누구인지 묻지만 대답해주지 않음)

우연히 보게 된 사슴의 죽음을 보며 "보았니 저것이 세상이란다.", 죽는다는 건 어떤 거냐 묻는 아이에게 "모든 것과 이별하는 것이란다. 끔찍한 일이지."라고 단언하며 세상에 대한 아이의 호기심이 그치기를 바란다.

​

아이는 아이답게 그 장면과 손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두려움에 떨지만 사슴의 사체에서 피어난 노란빛, 여자아이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모든것을 알려주던 손에게 누구인지, 나가서 같이 놀고 싶다고 말하지만 손은 아무말도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아이의 바깥 세상에 대한 열망은 커졌고, 자신을 막아서는 손의 말을 의심하면서 대립하기 시작한다. 밖으로 통하는 쥐구멍을 통해 탈출에 성공한 아이를 손이 뒤쫓지만 손이 닿는 곳은 한계가 있었고, 아이는 다시 돌아와 손을 안심시키며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떠나간다. 손은 그런 아이를 응원하며 이야기를 마친다.

응???

나 이런 이야기 어디서 많이 봤는데.

아이를 사랑하고 아끼는 부모, 그 울타리 안에서 행복하게 성장하는 아이.

아이의 삶에서 모든 위험과 슬픔을 없애고 싶은 부모와 점점 자라 그 울타리를 벗어나고 싶은 아이

둘의 갈등, 아이의 탈출, 부모의 좌절, 아이와 부모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세상을 향해 떠나가는 아이.

그러니까 아이의 세상을 존중해주고 위험도 좌절도 배반도 스스로 겪고 성장하도록 믿고 세상에 나아가게 해주자는거 아냐?

​

신나서 포장을 뜯어 주르륵 읽어 나간 그림책은 사실... 조금 실망스러웠다.

새로운 것을 기대했고

강경수 작가니까, 흔한 일상 속에서 뭔가 꼬집어서 마지막에 훅 끼쳐오는 뭔가를 보여주겠지,

기대했는데...

​

내일 애들하고 같이 읽어보면 뭔가 다를거야, 하고 일단 퇴근.

다음날 우리반 책 나누는 시간에 오늘의 낭독자에게 무슨 책을 준비했냐 물어보니 신기하게도 강경수 작가의 '거짓말 같은 이야기'란다.

놀라운 우연이다.

너랑 나랑 통했구나 싶어 너무 신나,

팔딱팔딱 애들한테 어머어머어머 내가 너희 오늘 읽어주려던 책이 강경수 작가의 새 그림책이야! 하고 아주 오도방정을 떨었다.

그러나 여전히 강팍한 마음으로 그림책을 읽어주고 난 뒤 , 아이들의 소감을 들어보면,

​

  • 불량한 자전거 여행의 호진이 마음이 이 책 속 아이의 마음과 비슷할 것 같아서 호진이가 떠올랐다.

  • 노란색이 아이의 세상을 나타내는 색인가보다.

  • 내가 봐도 늑대가 너무 무섭게 그려져 있어서 그걸 이겨내고 세상으로 나간 소년이 정말 대단하고 생각한다.

  • 밀밭(?)에 고래가 헤엄치는게 환상적이고 멋지다. 대관람차도 있고 풍차도 있고 아이가 가는 세상이 신기하게 생겼다.

  • 여자아이가 길에서 손흔들고 있는게 찡했다.

  • 모자 뒤집어 쓰고 반항하는게 웃기다

  • 머리카락으로 쥐구멍 가려놓을 생각을 하다니 참 기발하다

  • 숟가락으로 구멍을 파서 탈옥하는 이야기를 어디서 봤는데...?

  • ​

    흰색과 노랑, 검정만으로 표현한 세상이 참 강렬했다고 한다. 노란색이 아이가 꿈꾸는 세상, 흰색은 아이에게 허용된 세상인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렇게 책나누기 시간 마치고 아이들 집에 보내고 혼자 다시 살펴보는데 마지막 페이지의 까만 우주에 혼자 빛나는 노란 별이 보인다.

    아, 이 아이가 자기만의 세상을 찾으면서 우주에 이 아이만의 노란 별이 생겨났구나 싶었다. 사실 이런 부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작품에 대해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ㅜㅜ

    ​


    받자 마자 혼자 읽어보고,

    다음날 아침 독서시간에 한번 더 보고,(아 뭐야...뻔한 스토리군)

    아이들 읽어주면서 보고,(아이들 눈에는 그런것도 보이는구나)

    집에 보내놓고 한번 더 보고(어머 이런 부분도 있었네)

    다음날 고운언니랑 이야기 나누면서 한번 더 읽고.

    그래도 뭔가 마음에 차오르는것이 없어 서평이 써지지 않았는데, 창비와 그사모가 콜라보해서 작가와의 북토크가 있을거란 소식을 들었다.



    평소 북토크에 참여하는 마음은 늘 팬심으로 가득차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서평이 숙제처럼 느껴져서 그런지, 뭐라고 하시는지 어디 한번 들어보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참여했다.(팔짱끼고 ㅋㅋㅋ)

    강경수 작가님은 참 편안하고 간결하게 말씀을 잘 하시더라. 북토크 처음이었는데 너무 좋아서 혼자 내적친밀감 엄청 놓아졌다.

    짧은 시간에 에센셜한 이야기들 전달할 수 있게 준비도 많이 해오셔서 북토크 마칠때쯤은 그림책 '세상'에 대한 마음이 좀 더 깊어졌다.

    ​

    나는 사슴의 자리에서 태어난? 생겨난? 여자아이는 대체 어떤 존재인건지 왜 등장한것인지 참 궁금했다.

    마지막 여행길 위에서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가 손흔드는 진부한 캐릭터로는만족할 수 없었다. 상당히 비중이 있을 듯 그려졌지만 막상 아이가 밖을 더욱 갈망하게 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역할이 없었다.

    그런데 영화 식스센스의 브루스 윌리스처럼, 아이의 눈에만 보이는, 아이의 마음이 투영된 실체가 없는 존재라는 작가님의 설명에 납작했던 그림책이 확 부풀어 올라 부피감이 생기는 느낌이었다. 그러고 나서 다시 그 부분을 살펴보니 여자아이에 대해 묻는 아이에게 손은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는데, 아이에게만 보이는 존재라고 하니 마음에 든다.

    ​

    또 사슴이 죽고 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비교적 사실적으로 보여준 것은 삶의 희노애락이 영원하지 않고 순환함을 말하고 싶어서 였다고 하셨다. 죽음 이후의 과정이 끔찍해 보이지만, 영원히 지속되지 않고 생명으로 다시 피어난다는 것이다.

    ​

    아이가길을 떠나는 세상 속 풀밭을 헤엄치는 고래와 나른한 화산, 대관람차와 풍차를 그린 이유를 질문했더니

    소년이 가는 길이 그렇게 재미있는 길이 되기를 원했다고 말씀해주셨다.

    ​

    작품의 모태가 된 미니북 '갇힌 남자'도 볼 수 있었다. 책 프레임에 갇혀있는 아이의 이야기. 표지에 휠체어 탄 노인이 앉아있다.

    자유의지에 관한 이야기라고 하셨다. 나는 그 미니북도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

    작가님 이야기를 다 듣고 보니 그림책의 서사가 완성되는 느낌이었다.

    ​

    ​내가 꼽는 베스트 장면은,

  • 마지막 장에 그려진 우주에 아이의 새로운 세상이 노란 별로 그려진 것 - 아무튼 나는 노란색은 아이가 살아갈 새로운 세상을 표현하는 색 이라고 해석했기 때문에 저 노란 별이 소년의 별이구나 생각했는데, 작가님이 북토크 마지막에 '개인의 스토리를 갖게 된 별'이라고 설명해주셨다. 작가님이 숨겨둔 암시를 잘 알아먹었군 싶어서 기뻤다. 뒷표지 면지에는 다른 별들은 보이지 않고 그 아이만의 노란 별 하나만 선명하게 빛나고 있는 것이 좋았다. 더 크고 화려한 다른 별들도 많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나의 이야기가 담긴 나의 별, 나의 세상!

  •  

    ​

    2. 사춘기가 찾아온 아이 방 벽에 "쇼생크 탈출"포스터가 붙어있는 것 ㅋㅋㅋ - 앤디 듀프레인이 하수구를 기어서 똥물을 다 뒤집어쓰고 탈옥한 끝에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자유를 만끽하는 그 장면!! 온 몸에 묻은 오물이 씻겨져 나가며 드디어 삶을 되찾는 그 장면!! 자유를 속박하는 부모 밑에서 청소년기 자녀가 느끼는 감정이 딱 앤디가 감옥에서 느낀 '억울함'과 '자유를(바깥 세상을) 향한 미칠듯한 갈망' 이겠구나 하고 보니 이런 찰떡같은 포스터가 있나 싶다 .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번역한 홍한별씨는' 옮긴이의 말'에 클레어 키건에게 받은 조언을 남겼다.

    ".... 소설가 존 맥가헌은 좋은 글은 전부 암시이고 나쁜 글은 전부 진술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

    강경수 작가의 이번 그림책 '세상'은 많은 암시를 품고 있었지만

    스토리의 진부함만을 바라본 나에게는 더 읽어보고자 하는 동기유발이 안되는 책이었다.(북토크 전)

    작가님의 북토크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책장 한켠에 꽂힌채 잊혀지지 않았을까?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라 내공이 좀 더 쌓이면 다시 한 번 글로 정리해 보고 싶다.

    ​

    서평을 쓰기 시작한 것이 월요일이었는데 화요일 북토크 후로 꾸준히 문장을 더해왔지만 결국 일요일 밤늦게 이 빈약한 글을 마무리 한다.

    핑계를 대자면,

    내가 지금 월요일 출근을 목전에 두고 있고, 단원평가 채점도 해야 하며,

    내일부터 기말고사 시작하는 중학생 동동이 뒷바라지에 마음이 급한 지금은 도저히 그것들이 다 글로 정리가 되지 않는다.

    ​

    반 아이들하고 다시 읽어봐야겠다. 그림책은 읽어주는 사람이 그 책에 얼마나 마음이 닿아 있는지에 따라 몰입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아 맞다 우리 다람쥐.

    정작 집에 있는 자식에게는 읽어주지 않았다는걸 이제야 깨닫는다.

    난 아직 다람쥐도... 동동이도... (어머님 아들인 펭귄도.) 손아귀에 쥐고 있어야겠어.... ㅋㅋㅋㅋㅋ

    아직은 엄마 손아귀에서의 행복(???)에 만족하며, 도망갈 구멍을 파기 위해 숟가락을 숨기지 않는 자식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서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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