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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님의 서재
  • 너무 시끄러운 고독
  • 보후밀 흐라발
  • 10,800원 (10%600)
  • 2016-07-08
  • : 31,139
책을 끔찍이 사랑하는 사람이 책을 파괴하는 일을 한다. 폐지 더미 속에서 간간이 구출해내는 책들을 읽으며 고된 노동을 견딘다.
1960년대 체코, 공산주의 치하에서 아름다운 장서들이 무참히 폐기되는 것을 목격하고, 금서로 지정된 수많은 책들을 본인의 손으로 압축 기계에 밀어 넣으면서도 책 속에 담긴 고귀한 정신을 지키려 애쓴다.
그렇게 삼십오 년째 책과 폐지를 압축하는 일을 한 한탸는 누구보다 책을 아끼고, 자신의 일을 사랑함으로써 불가피한 파괴 행위에 저항한다.
사랑하는 책, 사랑하는 여자를 지켜내지 못한 만큼 더 절실하게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몸부림이 처절하면서도 아름답다. 음침하고 곰팡내 나는 지하실, 소장의 폭언이 쏟아지고 전쟁의 광기로 파괴되는 책의 죽음을 날마다 목격해야 하는 그곳에서 책이 얼마나 아름답고 위대한 것인지를 발견하도록 만드는 이 책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 나는 맑은 샘물과 고인 물이 가득한 항아리여서 조금만 몸을 기울여도 근사한 생각의 물줄기가 흘러나온다.' 이렇게 한탸의 책들은 비극적 환경 속에서도 맑고 고상한 생각의 물줄기를 만들어 냈고, 야만적인 '정신의 파괴'에 저항한 보후밀 흐라발은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펴내며 인간의 존엄을 증명하는 작가의 소임을 해냈다. 책이 가진 힘을 가늠할 길이 없다. 이런 책들이, 나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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