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의 외로움도 다 지나갔기를
미루 2025/11/2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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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고기의 외로움
- 마리아 호세 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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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 - 2025-10-30
: 280
출판사 피드에서 표지를 보고 멈칫했던 이유는 눈을 감은 아이의 표정 때문이었을까, 외로움이라는 단어 때문이었을까.
책을 받고 읽고 난 첫 느낌은 서늘함이었고, 글자 한자라도 빼놓고 읽으면 안될 것 같은 심정으로 거듭 읽고 난 뒤에 남은 건 뭉근한 온돌 바닥의 기억이었다.
우리나라도 독재 시대를 거쳐왔고,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된 많은 이들의 사연을 뉴스나 다큐멘터리, 소설이나 시, 영화를 통해 접해왔지만 독재 시대의 어린이가 겪었을 공포와 깊은 상흔에 대해서는 그림책을 통해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화자나 주인공이 어린이인 작품을 통해 어린이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보는 일은 때로 고통스럽지만 마땅히 해야하는 일이라고 여긴다.
아이는 자기만의 작은 공간에 웅크리고 있지만 끊임없이 자기만의 도시를 건설하고, 갇힌 존재를 위한 창을 내고, 밤새 머리에 엉킨 별들을 풀어내고, 자신을 닮은 작은 존재를 돌본다.
그런 아이도 지극한 돌봄을 받는다.
"다 지나갈 거야. 지나가." 말해주는 따스하고 넉넉한 품을 가진 이로부터.
슬픔과 고통이 쉬이 지나가지 않는다는 걸 잘 알기에 언젠가부터 '다 지나간다' 는 말이 위로가 되질 않았다. 그저 견디다보면 조금씩 옅어진다는 걸 알았을 뿐.
그런데 맨 앞장에 쓰인
'이 책은 COVID-19가 끝난 2023년 멕시코시티의 오프셋 레보산에서 인쇄되었습니다.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라는 글귀에 눈물이 핑 돌았다. 정말이구나, 끝날 것 같지 않았던 페데믹이 그렇게 지나갔지, 하는 생각에 이어 간절한 기도 같은 문장 하나가 떠올랐다.
물고기의 외로움도 다 지나갔기를.
아이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덮고 표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 마리아 호세 페라다의 가장 잘 알려진 작품 중 하나는 2013년에 출판된 <어린이>라는 제목의 시집으로, 칠레 어린이들의 생각, 열망, 삶을 연대 순으로 기록하고, 칠레 독재 기간 동안 정치적 폭력을 경험한 미성년자들에게 한정되었습니다.
-작가 소개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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