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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님의 서재
  • 연중마감, 오늘도 씁니다
  • 김현정
  • 16,200원 (10%900)
  • 2025-03-04
  • : 744
글을 쓰는 사람이자, 글쓰기 강의를 하는 사람으로 세상의 모든 글쓰기 책은 나의 교과서와 같다. 대단한 작가들의 글쓰기 비법은 뭘까 염탐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고, 글쓰기의 괴로움과 기쁨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글쓰기의 오묘한 세계를 기막히게 그려낸 책을 흠모하며 읽는다.
어떤 글쓰기 책은 내내 고마워하면서 읽기도 하는데, 꽉 막혀 있는 상태에서 돌파구가 될 영감을 주거나 용기를 주는 책을 만났을 때다.
‘앵커 브리핑’을 볼 때마다’ 와, 손석희 앵커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저런 멘트를?’하면서도 방송작가의 존재를 자꾸 까먹곤 했다. 그런데 그 작가가 쓴 책이라니, 더구나 <연중마감, 오늘도 씁니다>라니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처음부터 잘하지 않았다.’ 서문에 나오는 이 말 한마디에 마음의 빗장이 확 열렸다. 물론 글을 써서 번 돈으로 집도 샀다란 말에는 기가 죽었지만 말이다.
갑작스레 달리기를 시작한 작가가 달리기는 인생과도 같고, 달리기는 글쓰기와도 같다는 말이 와닿았다. 조급하지 않게 길게 보고 오래 달리는 법을 몸으로 익히며 ‘오늘도’ 달리듯 오늘도 ‘나는 쓴다’라는 말. 작가들이 으레 하는 말이지만 이 책의 목차를 보면 그 무게감이 다르다.
김현정 작가는 연중무휴로 쓰고, 연중공부로 실력을 채우며 쓰고, 연중궁금해 하며 한 발 더 다가가 쓰고, 처음이지만 연중도전하며 쓰고, 내성적이어도 연중취재하며 쓴다. 그렇게 오래 달리듯 연중마감하는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로 이 책은 묵직하다.
다양한 에피소드로 방송국 풍경을 구경하는 듯한 재미가 있고, 솔직하고 편안한 작가의 사람들 이야기도 정겹다. 방송이라는 매체의 기반이 되어야 할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글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생각하며 분투하는 모습을 보면 나의 글쓰기 태도를 점검해 볼 수도 있다.
나도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다. 출간 작가라는 타이틀과 상관없이 나도 연중마감 모드로 글을 쓴다. 돈이 되지 않는 글이 대부분이지만 그럼에도 글 한 편을 쓰면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일을 했다는 만족감이 드는 이유를 이 책을 읽으며 또 한 번 절감했다.
261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한 뒤에 내일 또 시도하면 된다. 쓰는 사람, 쓰려는 사람은 모두가 훌륭하다. 지금 이 순간, 온 마음을 다해 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제법 괜찮은 작가가 된다.
글쓰기 모임이나 강의를 하면서 늘 강조하며 하는 이야기가 있다. 쓰고 있는 우리는 이미 작가라는 것.
‘작가’라는 정의를 한정 짓지 않으며 ‘쓰는 사람’으로서의 고결함과 품위를 장착하며 쓰기. 오늘은 이 글을 쓰면서 오늘 치 글을 마감할 수 있어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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