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무 그림책이다. 그것도 겨울 나무. 당연히 보고 싶었다.
일산에 이사올 때는 한겨울이었다.
도로에 늘어선 나무들 뿐 아니라 어디를 쳐다봐도 겨울 나무들이 눈에 들어왔다. 무성한 잎이 우거진 초록의 나무들만큼이나 충만한 기운을 품은 겨울 나무의 매력을 그때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미세한 가지들이 갖가지 수형을 이루며 늘어서 있는 길을 지날 때마다 감탄하며 쳐다보던 겨울나무.
나무의 본모습은 잎도 떨구고, 열매도 사라진 순간에 드러난다. 상처 받고, 습격 당하고, 부러진 흔적이 담긴 옹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숙연해진다. 헐벗은 겨울 나무를 바라볼 때 느꼈던 안쓰러움이 이제는 달라질 것 같다. 조용히 웃고 있다고 표현한 부분에서 한참 머물렀다. 한 편의 시가 조용히 내 마음에 가지를 뻗어나가는 듯 충만해졌다. 소리내어 읽어 보니 한 편의 시가 맞다. 사계절의 다양한 나무 모습을 그린 그림은 애정이 뚝뚝 묻어난다. 책상 한 편에 세워두고 오래오래 들여다보고 싶은 그림책이다. 이제는 봄에도 한여름에도, 꽃과 무성한 잎에 가려진 나무의 본래 모습을 그려볼 수 있겠다. 유독 이 책이 마음에 든 이유는 쉼표 때문이다. 겨울, 나무. 쉼표를 넣은 이유를 헤아려본다. 겨울과 나무 사이에 숨겨진 수많은 이야기들을 책을 펼칠 때마다 읽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무와 나, 우리 사이에도 많은 이야기가 쌓여 있으니까. 아름다운 존재인 나무 이야기는 언제나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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