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이 일을 않고 종일 책만 읽어대는 건 땀 흘려 모은 남의 재산을 빼앗기 위한 수단이라는 생각 해본 적 없으셔요? 우리 권씨 문중이 학문으로 이름이 높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이러한 잘못된 제도를 조리로 밝혀야 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더 큰 과오가 있어요."- P74
"사람은 한곳에 머무르지 않나요?"
석리는 그녀를 흘긋 바라보았다. 숙현의 눈동자는 깊고도 맑았다.
"사람이 사람인 건 철새와 달리 마음이 있기 때문인데, 그 마음 또한 본디 한곳에 머무르지 않는 속성을 지닌 듯합니다."
숙현은 고개를 숙이고는 혼잣말처럼 나직이 내뱉었다.
"내내 한곳에 머무르는 마음이란 없을까요?"
"일체의 다른 마음을 버리면 가능하겠지만 비워버린 마음 그릇에는 또 다른 마음이 들어차겠지요."- P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