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에서 파는 하얀색 쓰레기 봉지도 더러 눈에 띄었지만, 나라에서 정해 놓은 규칙 따위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규칙이 사라진 쓰레기장에 날파리와 파리들이 우글거렸다. 동민이는 날파리들 사이로 비닐봉지를 던져 버렸다.- P125
"누나, 새벽에 가라잖아."
동민이가 뒤따랐다.
"아니. 지금 가 볼 거야, 당장. 정말 기막히게 웃기는 세상이잖아. 오늘 새벽에도 그렇고, 지금 저 아저씨 말도 그렇고, 이런 와중에도 몰래몰래 자기들끼리 사는 인간들이 있다는 거야. 뭘모르는 인간들은 마트 앞 땡볕에서 경찰한테 당하고 있고, 소방서에서 급수하나 눈치 보고. 근데 뭘 아는 인간들은 쉬쉬하면서잘 살고 있다는 거지. 도대체 왜? 왜?"- P187
왜 이리 비싸냐고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저 물건을 팔아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하는 게 지금의 처지였다. 둘이서 물건을 배낭에 나눠 넣은 뒤, 그곳을 나왔다. 다시는 얼씬 말라는으름장과 동시에 양철문이 내려졌다. 긴 숨이 푹 나왔다. 아마도 평소보다 세 배쯤 비쌌던 것 같다. 하긴 네 배를 불러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역 앞 마트는 지금쯤 이보다 더 비쌀지도모른다.- P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