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과 방관자 사이, 스토너
푸르리 2025/11/2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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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너 (초판본, 양장)
- 존 윌리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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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 - 2020-06-24
: 38,743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는 1965년에 출간된 작품이다. 당시에는 인기가 없었으나 2010년에 재발행 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인생 책’으로 불리고 있다.
이 책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윌리엄 스토너는 아버지의 추천으로 컬럼비아에 있는 대학의 농과로 입학한다. 2학년 때 영문학을 들으며 시의 매력에 빠져 영문학을 공부하고 교수까지 되었다. 두 번의 세계대전 속 혼란한 세상과는 달리 스토너는 조용히 공부에 매진한다. 불행한 결혼 생활, 대학 내 권력 갈등, 다시 찾아온 사랑, 학문에 대한 굽히지 않는 신념, 마지막 정년을 앞두고 암에 걸려 자신의 서재에서 자신의 책을 품고 죽음을 맞이한다.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스토너의 삶은 드라마틱하지도, 권선징악적 요소도 없는 평온한 삶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스토너를 일상 속 영웅이라 칭하며, 삶을 묵묵히 견딘 사람이라 칭한다. 그런데 내가 느낀 스토너는 좋게 말해 책임감 있는 사람 정도였다. 그 책임감도 자신이 선택한 결과에 승복하는 태도에 불과했다. 내가 생각하는 영웅은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영웅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영웅이 큰 일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주변에도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으나 스토너는 아니었다.
스토너는 가난한 농부의 외아들이었다. 부모님의 엄청난 노력으로 대학까지 진학했지만,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유로 말하지 졸업식 날 돌아가지 않고 대학에 남고 싶다고 통보했다. 이는 부모님의 기대와 희생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한 결정이었다. 이디스와의 결혼 역시 이디스에게 청혼 당시 이디스는 이모와 유럽여행을 갈 계획 중이었다. 당시에도 유럽 여행을 간다는 것은 시간과 돈이 적지 않게 들어가는 일이었을 것이다. 스토너가 이디스를 배려 했다면 이디스가 유럽 여행을 다녀 올 때까지 기다렸을 것이다. 하지만 스토너는 유럽 여행은 나중에 언제가 자신과 가자며 자신의 감정을 밀어붙였다. 그리고 결혼 후 그가 했던 노력도 있었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이디스를 위한다기 보단 ‘내가 이렇게 너를 위하고 있다’는 자기만족에 불과해 보였다. 이디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도 않았고, 손님 초대도 스토너의 고집에서 나온 일방적인 것이었다. 진심으로 사랑했던 캐서린과의 관계에서도 먼저 다가선 건 스토너였지만, 책임을 지고 떠난 것은 캐서린이었다. 딸 그레이스와의 관계에서도 주변인에 머물 뿐, 나서서 무언가 시도 하지 않은 채, 방관자처럼 서서 자신이 선택한 결과를 받아들였을 뿐이었다.
수많은 호평에도 나의 스토너에 대한 평가는 자신의 감정을 먼저 생각하고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는 유아기적 사고를 가진 채 결과를 받아들이는 그런 남자라는 것이다. 이 ‘유아기적 인물‘의 이야기가 왜 지금 전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아마도 현대인들의 내면도 스토너와 비슷한 욕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커다란 성공(사회적 위상)은 바라지 않아.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데로 하며 살고 싶어. 내가 사랑하는 것을 선택하며 살고 싶어.’ 이런 마음일 것이다. 스토너가 가족조차 자신과는 상관없는 타인처럼 여겼듯, 복잡한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 마음대로 , 오직 자신만의 감정에 충실하게 살고 싶다는 욕망이 투영된 것이다.
하지만 인물에 대한 내 비판과는 별개로, 존 윌리엄스는 탁월한 작가임이 틀림없다. 오히려 큰 사건 없이 잔잔한 이야기임에도 지루함 없이 잘 읽힌다는 점에서 작가의 뛰어난 필력을 느낄 수 있다. 섬세한 심리 묘사와 뛰어난 풍경 묘사는 독자가 스토너의 삶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스토너의 삶이 옳든 그르든 『스토너』는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소설은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사는가? 나는 무엇을 사랑하며 사는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스토너가 죽기 직전 남겼던 물음처럼 이 소설은 ‘삶에서 무엇을 기대하며 살 것인가?’ 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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