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는 누구보다 강한 아이였다. 태어남과 동시에 쓰레기통
안에 버려졌다는 것과
방송에서 전국적으로 불쌍한 아이라는 동정과 멸시를 받고
인생이 시작되었다는 드라마틱한 설정은
그저 시작에 불과했고 불행은 거듭되었으나 아이는 씩씩하고
단단했다.
계속되는 파양과 그로 인한 함묵증은 저 어린 아이는 이제
어찌 살아가야 하나 걱정까지 되는 지경이어서
읽는 동안 수시로 책을 덮고 잠시 숨고르기를
반복하여야만 글을 읽어 나갈 수 있었다.
워낙 그녀의 소설은 유머와 온정이 가득하고 술술 맛나게
읽히는데,
숨어있는 웃음기조차 진지하게 느껴진 것은
이기심과 오만으로 가득한 부모였다는 자책이 나자신과
오버랩되는 순간부터였다.
나는 어느새 설이였다가... 못된 아이들이었다가....
아이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내 생각을 강요하는 거짓투성이
부모가 되었다.
여태 내가 보낸 메세지가 사랑이라 여겼는데 아이가 되어
느껴보니 그것은 그저 내 욕심이었다.
힘든 시간은 설이에게도 시현에게도 원장에게도 이모에게도
있었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힘도 각자가 갖고 있는
것.
끝까지 굽히지 않고 상처를 이겨내는 힘을 보여준
설이의 투쟁에 감사하며
정답은 없었지만 답을 찾은 기분으로 책을 덮었다.
이것이 글의 힘이구나
작가에게 새삼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