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의 이야기들은, 굳이 이 책이 아니었더라도 숱한 경로를 통해 때로는 공연예술의 작품으로, 다른 책에서, 또는 그리스로마 신화 운운하는 요약되거나 새롭게 씌어졌으나 새로움이 없는 책들에서 봤던 얘기들이 적지 않다. 특히, 화려할 뿐 아니라 재밌으며 잘 형상화된 이야기의 장점(특성) 덕분에, 서양미술 작품(소재로 활용되어)으로 많이 생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10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그 감동이 여전하다. 무엇보다도 문학작품이 고전의 반열에 들어갈 때는, 우선 재밌고 당대는 물론이고 후대에서 그 인기가 식지 않으며 저력을 여전히 가지는 작품들이라야 한다. 이 점에서 <변신이야기>는 문학작품 고전은 바로 이런 것이라는 하나의 예시이며, 그러한 고전의 기준에 가장 들어맞는 저작이리라.
소고기를 먹는 방법 중에 날것으로 먹는 방법 중에 가장 대중적인 것이 육회라면, 그에 못지 않게 내장 중에서는 '처녑'(천엽_한자로는)이 단연 으뜸일 것이다. 처녑은 소의 제3의 위다. 되새김(반추)위다. 초식동물들 중에서도 소와 양, 염소 등등 반추위를 가진 동물들을 반추(되새김)동물이라 분류한다. 그 만큼 되새김 기능은 중요하다. 미국 광우병의심소 수입과 관련해서 거세게 일었던 촛불시위는 아직도 그것을 둘러싼 쟁점을 소멸되지 않은 상태이다. 정부의 대응(수입관계자를 포함한)에 이의를 제기했던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을 지금 다시 생각해본다. 그것은 상식을 저버린 몰상식한 행정과 수입허용에서의 허술한 검증절차에서 문제가 많았다. 광우병이 상식적으로, 초식동물은 풀을 먹고 자라야 하는데, 초식동물에서 동물성사료까지 먹였다는 데서 오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의 섭리를 부정한 인간에게 내리는 절대자의 벌(재앙)인 것이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고 초식동물인 소는 풀을 먹어야 한다.
수입소는 그렇다치고 국내산 한우의 경우, 거세하지 않으면 식감이며 육질이 뛰어난, 꽃등심의 화혀한 무늬를 가진 투플러스(1++ )급 한우를 '만들' 수가 없다. 그리고 먹이는 사료도 수입곡물의 사료이다. 곡물사료 의존도가 높아도 너무 높다. 수입한 곡물사료를 써야 하는데 국제곡물가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세계메이저농업회사들이 쥐락펴락하면서 장난하고 있다. 어쨌거나 초식동물이면서 반추동물인 소에게 곡물을 먹인 결과, 실제 도축해보면 한우의 내장이 옛날 모습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니까 처녑의 경우 녹아내렸다는 표현을 하는데, 굳이 그 기능이 곡물사료 위주로 먹는 소들에게는 필요하지 않고, 해서 해장국이나 날것으로 먹는 우리가 떠올리는 처녑을 채취할 수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나름대로 이런 사정을 고려하여, 한우(거세우)에게 볏짚을 먹인다. 옛날처럼 화식우(소죽을 쒀서 먹이는)가 아닌 상태이므로, 소들에게 볏짚을 먹이는 것은, 그 안에 든 영양소가 목적이 아니고 소의 반추위가 제 기능을 하도록, 소가 반추동물로서의 정체성(정신의 문제가 아니라 육체 자체가 유린당한 상황)을 갖도록 일부러 볏짚을 먹이는 것이다. 일종의 훈련인 셈이다. 이 대목에서 국내 식당의 대부분의 소의 내장으로 만든 음식의 재료는 호주산 소일 수밖에 없다. 방목하여 말 그대로 풀을 먹고 자라는 소들이므로 내장이 멀쩡한 것이며, 국내산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소의 내장과의 품질경쟁(내장이 내장다운)에서 이기는 것이다.
이렇게 인간의 이익을 위해 길들여진 소들을 보면, 생각하는 것이 바로 우리 사회의 독서풍토이다. 자식들의 세대는 말할 것도 없고, 인터넷으로 신문보고, 업무의 대부분을 PC와 인터넷에 의존하다보니 책읽기가 쉽지 않다. 또한 영상매체의 의존도가 너무 높다. 이미 그렇게 세상은 변했다. 그러나 라디오가 TV등의 듣고보는 매체와의 경쟁에서 고유한 영역을 지켜내고 살아남았듯이 종이책도 종이책 나름의 생존이 우려와는 달리 가능하게 되었다. 도서시장의 위축이 책값 인상으로 이어지기는 했지만.. 그것이 종이책 형식이라 하더라도, 영화 시나리오를 토대로 영화소설을 만든다거나 이것이 영상매체의 보조물로서 혹은 영상매체의 위력에 힙입어 책을 끼워팔아보려는 종류의 책들도 적지 않다. 엄밀하게 이것들은 종이책의 고유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그리스신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했다는 번개도둑인가 하는 영화나 관련서적(영화용으로 새로 재구성한)을 보면, 참 안타깝다. 그것이 기존의 문학 혹은 문화유산인 신화나 그리스 로마의 지적자산을 기반하여 새롭게 창조해낸 것으로 보기보다는, 무대와 몇몇 얘깃거리만 말 그대로 뷔페에서 먹고싶은 것만을 골라서 먹듯이 다양한 신들의 세계 중에서 소재와 캐릭터를 골라 사용하면서도, 보여주기에 충실하는 것이 그나마 현대 영화가 할 수 있는 점인데도 CG마저 허접하기 그지 없다. 아래에 어느 분이 리뷰에서도 썼지만 이 책 <변신이야기>에 나오는 에피소드 몇 개만 이어붙이면 영화를 보는 것보다 실감나며 흥미로운 감동을 나의 것으로 만들 수가 있을 정도이다.
독서란, 그리고 고전을 읽으고 교양을 넓고 깊이있게 하는 독서행위는, 반추동물로 치면 제3위 위가 하는 일과 같은, 그런 정신영역에서의 소화능력을 유지하고 그것에 힘입어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기 위한 기초훈련이다. 그러나 스스로 텍스트를 소화하는 능력은, 영상에의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커질수록 떨어지는, 그렇게 길들여진 시대, 그것이 전 세대의 문제가 되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특히 천병희 선생이 번역한 <원전으로 읽는 변신이야기>는 두꺼워서 질린다는 느낌이 들겠지만, 서점에서 이 책을 찾아 안에 있는 짧게는 2-3면 길게는 4-5면 단위로 독립성을 가지는 이야기를 한두 편만 읽어보아도 전체를 읽고 싶고, 읽는 것의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며, 읽고 소장하면서 두고두고 읽고 싶게 하는 묘한 힘을 가진 책이다. 고전이 가진 힘, 바로 이것이 교양서적이구나 하는 것을 여실히 느낄 것이다.
퇴화되어가는 정신의 되새김질, 정신을 살찌우고 맑게 하는 소화능력을 회복하기 위해, 감칠맛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책 읽기를 강력추천한다. 그리스(로마) 신화 등을 소재 인간본성을 탐구하게 하는 어떤 저작보다도 대중적으로 그리고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책이다. 한우에 비유하자면, 거친 볏짚사료 그대로의 책은 아니다. 볏짚과 기타 곡물을 섞어 불을 때서, 곧 소죽을 만들어 소화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처럼, 가공정도가 뛰어나 부담 없이 그리스로마의 정신세계에 접근하게 해줄 것이다. 오비디우스가 로마 사람이라 라틴(로마)어가 원전이며, 옮긴이가 그에 충실하게 이름까지도 그대로 한글로 표기하여, 그리스 신화의 신명, 인명, 지명에 익숙해진 분들에게는 낯설 수도 있으나, 일단 단답형의 상식 정도로 알았던 이야기들의 원형을 들어있다는 점, 가령 '피그말리온 효과'에 대해 상식백과 수준에서 암기하는 식으로 받아들였다면 이 채 피그말리온이 등장하는 몇몇 연결된 이야기를 읽어보면, 단박에 비교가 될 것이다. 순전히 재미만 생각하고 읽는 동안에 재미와 더불어 따라오는 그 뭔가가 내것이 되는 기쁨, 독서의 희열을 맛보게 하는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