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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r427님의 서재
  • 핀치콘티니가의 정원
  • 조르조 바사니
  • 14,400원 (10%800)
  • 2016-06-25
  • : 307
화자가 기억하는 정원은 마치 꿈만 같았다. 유대인 학살 후 페라라의 지주였던 피치콘티니가의 사람들의 생사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 인종분리법이 막 시행될 때쯤 화자가 기억하는 유년시절과 청년시절을 보냈던 핀치콘티니가에서의 가슴 졸이고 애태우던 여인 미콜과의 애잔한 기억들. 알베르토의 초대로 브루노, 아드리아나, 말나테와 함께 테니스경기를 하던 추억들. 미콜에 대한 불타는 욕망과 자신의 경솔한 행동에 수치스러워하던 패기와 열정들. 그런 추억의 긴장감은 인종법 시행으로 유대인들을 혐오했던 사회분위기 속에서 더욱 증폭되어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후에 모든 것이 끝난 뒤, 미콜에 대한 그의 열망이 말나테와 미콜의 관계를 눈치채며 싸하게 식어갔던 것처럼, 그 긴장감이 더 급하게 냉각됐고, 허무했다.

핀치콘티니가의 에르만노교수와 올가부인의 자녀들인 알베르토와 미콜은 부유한 유대인 집안의 자식들로 개인 교습을 받아, 공립학교에 다니는 화자와는 연결점이 없었다. 어느 날 수학에서 낙제한 화자는 안젤리 성벽에서 우는 모습을 미콜에게 발각된다. 그때 자신의 집으로 들어오는 비밀의 문을 알려준 미콜과 인연이 시작되었으나, 알베르토는 밀라노로, 미콜은 베네치아로 유학을 떠나면서 잠시 왕래 없이 지냈다. 그러다 인종법이 시행되면서 자신들이 다니던 테니스클럽에서 제명당하자, 알베르토의 초대로 화자는 핀치콘티니가의 테니스장에서 여러 친구들과 테니스를 치며 핀치콘티니가와 다시 가깝게 지내기 시작한다. 미콜과 정원을 걸으며 점차 미콜에게 감정이 생기지만 미콜은 화자를 친구로 남기를 바라며 경계한다. 미콜이 베네치아로 논문을 마치러 간 사이, 알베르토와 화자는 알베르토의 대학 친구인 말나테와 셋이 핀치콘티니가에서 문화와 정치에 대한 토론을 하며 친하게 지낸다. 베네치아에서 돌아온 미콜에게 충동적으로 들이대고 난 뒤 미콜의 접근 금지 조치를 받은 화자는 핀치콘티니가를 잠시 멀리했고, 말나테에게 미콜과 있었던 일을 토로하며 가까이 지낸다. 그러다 화자는 안젤리 성벽에서 말나테와 미콜이 연인관계였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녀는 습관대로 ‘부정하고‘라는 글자 하나하나에 강세를 주어 말했는데, 일종의 씁쓸한 자부심 같은 게 훨씬 더 많이 담겨 있었다. 내게 잘못이 있다면 자기를 다소 지나치게 과대 평가해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서 자기는 잘못이 없 다는 걸 증명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는 건 물론이고. 그렇지만 그녀는 내 눈에서 언제나 ‘이상주의‘를 읽어냈는데, 그로 인해 어떻게 보면 내 눈에 자기가 실제보다 훨씬 근사하게 비쳤을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했다.-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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