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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r427님의 서재
  • [전자책] 오색 찬란 실패담
  • 11,550원 (570)
  • 2023-03-03
  • : 344
작가의 광기를 응원했는데, 작가도 나이가 들어 조금 온순해진 것 같다.
사람은 너무나 복잡하여, 죄책감에 짓눌리면서도 그 익숙한 고통에서 안도를 느낄 수 있는 존재였다.- P18
구질구질한 일상이나마 지속하다 보면, 문득 과거의 수치가 미래를 수호하는 방패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P22
그들은 나 말고도 거의 모든 한국 여자를 미친 사람 취급하고 있었지만, 모든 문장에 논리가 없었다.- P22
나쁜 사람들을 불쌍하단 이유로 용서하게 될까 봐서였다.- P23
그때 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들이, 생각보다 진중하거나 무거운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도덕, 철 학, 법, 사랑, 다정 :.... 심지어 돈까지도 몇 시간의 단잠보다 가벼웠다.- P30
언젠가 내 묘비명에도 누군가를 채찍질하는 말보다는 다독이는 말을 적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P34
실패에 대한 공포로 더 큰 실패에 직면한 처지인 내가 초라하고 우습다. 그런데 내 꼴이 이렇게 우스워진 이유 는 먼저 삶을 우습게 보았기 때문이다."- P39
어쩌면 원래 인생에는 대책이란 것이 아예 없을지도 몰랐다. 없는 대책을 강구하니까 힘든 건 아닐까? 내가 알 기로, 없는 걸 자꾸 내놓으라고 우기는 사람은 깡패였다. 깡패가 되려는 게 아니라면 없는 건 없는 줄로 알고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했다.- P39
그때 나는 무언가를 원하는 마음에서 해방되는 가장 쉬운 방식이 포기임을 배웠다. 어느 시점부터는 결혼이나 내 집 마련, 고급 승용차에 대한 미련도 놓아버렸다.- P50
그러나 나는, 체제의 봉괴를 인정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우리 개개인의 삶은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봉 괴한 것은 체제니까, 개인의 삶이 회복되리란 가능성을 믿어야 지속될 수 있을 것 같다- P52
친구는 내게 패배주의가 몸에 배어 정신 승리의 영역으로 가버렸다며 혀를 찼지만 사실 그조차도 별 상관없다.- P57
그는 술도 못 마시는 주제에 거짓된 주량으로 허세를 부리는 참된 진상이었다.- P64
그제야 통제 없는 자유는 감옥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진짜 감옥에는 석방이라는 개념이나마 있을 테지만, 울타리가 없는 시간의 감옥에선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했다. 자유를 쟁취했다 생각했지만 실은 무방비한 자유 가 나를 잡아먹고 있었다.- P68
그들은 분명 나쁜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의 인격적 결함을 옳고 그르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어쩌 면 그들 또한 부적절한 양육 환경의 피해자일지도 몰랐다.- P76
지음아, 아빠는 네가 행복하다면 맨날 산에서 도토리를 줍고 놀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네가 맨날 산 에서 도토리나 줍고 놀아도 괜찮기 위해서는, 일단 돈이 많아야 한단다.- P79
또래 찬규둘울 예로 들자면, 보통 둘 중 한 가지 태도를 보인다. 나이듦을 경멸하거나, 두려워하거나.- P85
누군가는 하다못해 사소한 유머까지 검열하며 살아야 하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유머는 바로 그 사소 함 때문에 힘이 세다.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일을 일회성 웃음의 소재로 삼으면, 어느 순간부터는 문제의식을 갖는 것 자체가 우스워진다. 사안의 본질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 한 시대를 풍미하는 유머에는 웃음 이상의 힘 이 담기기에, 오히려 유머에 대한 성찰과 자중이 필요하다.- P86
내게 독서란 인간을 배제하는 방식 중에선 가장 인간적인 위로였다.- P97
때로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관계에 대한 이해로 자연스럽게 확장되기도 한다. 내 주변의 온갖 성인들 또한 나 와 같다는 것을 생각하면, 미움과 증오가 단번에 애처로움으로 변하는 순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P99
의외로 누군가와 잘 지내는 데에 꼭 진심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인간관계를 지명하는 요소는 그보다 단순하고 명료했다. 관계와 상황에 맞는 예의, 약간의 미소 정도면 누구와도 충분했다. 이것은 거짓이라기보다 또 다른 차원의 진심이었다. 단지 나에겐 상대에게 진심을 내보이고 싶지 않다는 의사가 최상위의 진심이라 그렇다.- P101
잠시 정신이 명료해질 때면 ‘지나친 쾌락 추구는 결국 자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 말이 너무 옳아 슬프다는 이유로 다시 술에 손을 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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