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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r427님의 서재
  • [전자책] 돈은 없지만 독립은 하고 싶어
  • 김정관
  • 13,500원 (670)
  • 2024-06-07
현재 그냥 백수면 백수지 꼭 ‘전 대기업 정직원’, ‘전 공기업 사원’ 경력을 팔고다니며, 자기는 다른 백수들과는 급이 다르다는 걸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좀 가소롭다. 박스 접는 알바를 하면서 자기는 토익900점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거 보니 자기 노동의 가치가 토익점수 없이 박스를 접는 다른 사람들의 것보다 퍽이나 높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TV에 방영되는 스토리가 희와 비의 비율을 조장한다는 건 아나본데(75p.), 그게 제일 심한 부분이 직장생활이라는 건 몰랐나. 여튼 공공기관은 자신과 성향이 안 맞는다며 거만하게 때려치우고, 그와중에 자존심은 쎄가지고 독립하겠다면서 고시원 살다 스타트업에서도 짤리고, 주식 팔아 결국 전셋집으로 이사하는 흐름을 보고 있자니 답답하다. 저 고시원 생활이 돈이 많으면 가난도 취미가 되는 경우까지는 아니지만, 정말 어쩔 수 없는 비참한 선택이었나 의문이다. 내가 고시원 생활은 곧 불행이라는 편견을 드러내는 게 아니다.(저자가 자신의 생활을 비참하게 그리려고 의도했으니까…) 고시원 생활의 편견을 버릴 수 있는 새로운 시각도 없었다. 고시원으로 밀려난 사람들에게 누가되는 수준의 글이다.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다는 미신같은 헛소리를 떠들어 대는 것들이 이 사회의 진정한 적폐세력인가 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지 못하는 게 비참한 건 아니다. 심지어 무엇이 하고 싶은 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도 없다. 그냥 ‘내 의견이나 의지가 개입’(168p.)이 되는 일을 하고 드레스룸이 딸린 아파트에 혼자 멋지게 사는(32p.) 것이 목표인 것 같은데 그건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일을 하는 방식이거나 삶을 사는 방식이다. 계속 부딪혀 봐라. 깨지기만 할 거고, 언젠가 정말 자신이 개입한 대로, 의지를 가진 대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면 그땐 내가 아닌 괴물이 되어 있을테니… 마지막에 공공기관 사원증을 맨 사진이 압권이다.
공공기관을 나온 이유도 생각보다 루틴하고, 새로운 일을 하는 데 내 의견이나 의지가 개입될 여지가 적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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