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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5년 4
  • 박시백
  • 12,600원 (10%700)
  • 2019-05-27
  • : 322


박시백 작가의 <35년>을 읽다보니 저는 학창시절 한국의 근현대사에 대해서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험을 위해서 외우기는 했지만 특정 사건과 인물 위주로 암기했었고 그 시절이 대체 근현대 한국과 동북아나 세계 정세와 어떻게 맞물려 있어서 그랬던건지는 기억이 나질 않으니 헛배웠네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역사 공부는 결국 미래를 공부하는 것이란 말이 기억이 납니다. 일제강점기 35년 속의 사건들은 저에게는 어떤 단편적인 이미지와 감정만 남은 채, 그대로 오랜시간 멈춰 있었던 것이죠.

<35년>의 초반권에서는 어느 책에서 읽었던 것과 같이 독립운동과 식민지 조선의 생활상에 대해서 알 수 있었지만, 3권부터는 슬슬 한국 현대사의 시작을 알려줍니다. 현재 한국사회의 정치사와 현 구도의 시작을 되짚어보게 하는 것입니다. 저처럼 구체적인 기억은 나지 않아서 당시의 조선의 암흑기에 대해 억울한 감정과 반일의 당위만 남은 국민들에게 한국의 과거와 현재의 정치구도는 어떻게 읽히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시점에선 더욱 잘 알고 있어야하는 내용이 아닐까, 하며 <35년>을 읽는 것의 시의성에 큰 무게를 두게 하네요.

서구 열강이 산업화에 맞춰 그들의 경제와 정치도 자연스럽게 발전해 갔다면, 당시 격동의 아시아는 짧은 기간 동안 서구의 변화와 시스템을 강제로 받아들여야만 했죠. 식민지배를 받은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는 천지가 뒤집어지는 정도의 정치, 경제 변화를 겪었습니다. 특히 <35년>을 통해서 본 조선/한국 사회는 마치 한 곳에 모든 것을 때려넣고 마구 흔들어 버린 것처럼 혼란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를 살던 사람들은 대체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했는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가슴이 답답하고 우울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상들은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구분지어 꿋꿋이 나아갔고 그 발자취가 현대 한국에 드리워져 있겠죠. 독립 이후 전쟁과 독재라는 아픔을 겪으면서 한국은 근현대사와 의식적으로 거리두기를 시도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35년> 4권을 읽고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한국의 현 정치 구도는 일제로부터 독립하고자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던 당여들의 계보를 잇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4권에서는 민중의 항쟁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베이스는 지금까지 다뤘던 항일운동의 모습과 같지만 조금씩 달라집니다. 인접한 러시아의 영향이기도 하고 2차대전이 다가오는 시절이었기 때문에 동시에 많은 이념도 지식인들에게 전해지게 됩니다. 만주에 나가 독립운동을 하면서 세계의 변화를 알아가는 지식인들에게는 식민지배를 청산하는 것과 시대의 흐름은 마땅히 함께 갈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지식인들의 미래 청사진은 결국, 개혁은 첨단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민중 속으로 들어갔을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는 깨달음을 통해 민중 항일 운동으로 번졌습니다.

당장 눈 앞의 일(독립)을 해결하는 것과 궁극적으로 조선 사회를 계몽시키는 것(혁명) 사이에서 조상들은 많은 다툼을 벌였습니다. 그 과정을 단순 축약해서 손바닥 위의 책으로 들여다보니 일견 조선시대 붕당의 한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후대의 사람들이 짧은 연대기 안에서 손쉽게 그 역사를 시간순으로, 결과 위주로 알아보느라 느끼는 1차적인 감정이리라 생각합니다. 당시의 사람들은 다투고 숙고하고 협상하면서 마치 모든 생물이 그러하듯이 살아가고 흥하고 망하면서 당시의 대한을 이끌어갔겠지요.

책에서는 조선민족이 학교나 일자리에서 당하는 차별과 불합리함 대한 항의가 곧 항일운동이었고, 군국죽의, 제국주의 일본 통치에 항의한 것도 민중혁명이며 일종의 계급혁명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반대도 가능합니다. 때문에 비슷한 시기에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났을 때 한국에선 독립운동과 사회주의 혁명이 혼재되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죠. 이 사실이 의무교육에서 근현대사 교육의 맥을 비슷한 시기 비슷하게 일어났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사건 중심의 역사 공부를 통해서는 국민의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난 독립투사 개인만이 확대되어 보입니다. 하지만 역사의 인과관계를 따라가보니, 잘 살고 강하다는 이유만으로 욕심을 부리고 이웃나라를 착취하는 일본에 굴복하는 운명을 거부하고 독립의 의지를 불태운 한국민의 결정이 곧 현재의 우리를 결정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 보편 대중의 결정이 개개인의 애국 운동과 투쟁으로 연결되었습니다. 당시의 사회와 조직의 흥망을 결정하고 평범한 백성이나 학생도 독립투사로 둔갑시킬 수 있었던 힘이 여기서 나왔겠죠.

그러나 여전히 숭고한 열사들을 소개하지 않고 지나갈 수는 없어서, 마지막 챕터에서는 국내외에서 벌어진 의열단의 항일 운동을 그리고 있습니다. 국가와 세계정세가 혼란한 가운데에 스스로의 마음 속에 정의와 정도를 세우고 싸우기란 실로 어려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학생투사와 의열단의 가슴아픈 활약이 마지막 챕터에 나열되어 있어서 덮은 후에 독자에게 여운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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