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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격 한중일 세계사 5
  • 굽시니스트
  • 14,220원 (10%790)
  • 2019-04-19
  • : 1,107

굽시니스트 만화 역사서의 장점은 역시 만화 특휴의 장점으로 개론을 훑기에 좋다는 것 같습니다. 동북아 국가에게 일어난 크고 굵직한 사태를 중심으로 당시의 사람들이 국내외의 큰 일을 맞아 어떻게 입장을 바꿔가는지, 그래서 결과적으로 그들의 역사가 어떻게 틀어져 가는지를 흐름을 놓치지 않고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게 해줍니다. 장면에 따라 세부적인 설명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각국의 입장을 이해하기 쉽게 국가를 동물로 바꾼 캐릭터, 인물의 최종적인 역사적 판단에 따른 외형디자인 등을 통해서 한국사 뿐아니라 동북아 근대사의 큰줄기를 보다 쉽게 잡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5권 열도의 게임에서는 일본과 중국의 본격적인 흥망의 테크를 조망하는데 서구열강의 약진과 세계사의 흐름 속에 놓여진 동아시아의 입장을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두 국가의 상황을 통해서 한국의 당시 상황과 한국의 결정적 순간을 기억하게 되면 삼국 간 차이점이 무엇인지, 무엇이 가능했고 불가능했는지를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작가의 저술 목적도 아마 이에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5편 열도의 게임은 중국의 태평천국의 난 말미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여러종류의 인민의 난이 만약에 성공했더라면 근현대 중국의 역사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만감이 교차했네요. 길고 긴 역사동안 폐쇄적으로 대륙 안에서 역사의 쳇바퀴만 굴려왔던 중국이 앉은 채로 썩어들어가는 이미지는 태평천국의 난이 스러짐과 동시에 근세 중국의 종말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이미지였다고 생각합니다. 딱딱하고 서술적인 문장이나 세부적인 자료의 나열로는 마저 다 담을 수 없는 근대사의 비극과 국가의 한 시절이 마감한다는 것을 절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역사서라기 보다는 대하소설이나 영상매체를 감상하는 것처럼 감상에 젖게도 만들었습니다. 비록 그림체가 유머러스하거나 귀엽더라도 말이죠.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적절한 맞이를 못한 국가가 백성들을 어떻게 지옥으로 몰아넣었는지는 작가의 탁월한 연출을 통해서 볼 수 있습니다. 


태평천국의 난을 비난하는 부분에서 작가는 적극적으로 등장해서 목소리를 싣는데요, 근대 동북아에서도 크고 작은 민란이 많았는데 왜 성공하지 못했는가하는 질문은, 그것이 오롯이 한 국가 국민의 힘으로만 벌어지고 진행될 때만 가능한 일이라는걸 알게 했습니다. 국민이 중앙정부와 맞붙은 난이 아니라 이미 외세가 깊숙이 개입해서 여러가지 상황을 외부에서 컨트롤하고 있었기 때문에 중국민이 일어나되 주도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나름 적절히 대응해온 정부군은 사실상은 뒤에서 서양국가들의 지원을 받으면서 꼭두각시처럼 반응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국민의 힘으로 다른 국면을 열어젖혔을지도 모를 환란이 외국의 힘으로 장기화 되면서 무의미한 희생을 낳았고 그래서 개혁에 필요한 국력을 엄청나게 낭비한 꼴이 되었죠. 


저자는 조선의 두배에 가까운 중국인 사상자를 낸 태평천국의 난을 무의미한 학살과 국력 갈아넣기로 비난하고 미래의 마씨 캐릭터를 불러내어 저주하지만, 모든 종류의 개혁에 어찌 그런 종류의 희생이 없었겠느냐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성공했기 때문에 의의를 둘 뿐이지 모든 종류의 혁명이나 난리통에 잃어간 목숨은 그 수가 국가의 얼마이건 아깝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장면이 나온 것은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또 똑같은 지난 중국의 역사를 미련한 방향으로 반복해서 동북아 근대사의 첫단추를 잘못끼운 중국에 대한 아쉬움의 토로같은 것이었으리라 생각해봅니다. 결론은 바깥의 간섭이 있기 전에 스스로의 자구책과 자립이 중요하다는 거고 조선과 중국의 그 결정적 시기를 놓쳤다는 걸 다시 한번 알게 되었네요.


중국의 한시절을 접고, 바로 존왕양이의 쓰나미 속에서 전국시대를 방불케하는 내전을 겪는 일본으로 눈길을 옮깁니다. 동북아 3국의 연대표를 가로지르듯이 전개되는 것이 <본격 한중일 세계사>의 묘미인데 태평천국으로 중국이 휘청대고 있을무렵, 열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었으며 일본은 어떻게 환란을 극복했는가를 바로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좋은 재미였습니다. 특히 다른 분들도 짚어주셨듯이 온갖 고양이 캐릭터가 나오게 됩니다. 시사만화에서는 일본 정치인들을 일본원숭이로 묘사하지만 근현대사의 일본인들은 고양이로 묘사가 되는데요 몰입이 잘되는 재미가 있고, 가몬과 함께 고양이의 털 종류로 막부와 왕실과 번의 세력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것이 매우 장점이었습니다.


열도의 게임이 한창 진행되는 부분에서 끝나는 5권이라 메이지이신까지 다음권을 기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본은 이미 서양과의 교역을 허락하고 본국의 정치력을 통제할 수 있었기 땜에 다양한 변수에서도 자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그런 복잡한 시기에서는 일본처럼 정치구조가 복잡했던 것이 오히려 나았던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방의 자치력도 장려되고 지도층이 여러구조로 분열되어서 서양세력과 다양하게 소통할 수 있었던 것이 오히려 근세의 전쟁에서 나라를 지켜낼 수 있었던 셈이 아닌가, 즉 작은 불을 여러개 지펴 큰 화를 면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우 재미있게 읽었고 열도의 내전이 어떻게 마무리 될지, 6권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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