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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심플하고 예쁘다. 내가 이 책을 읽고싶었던 이유는 겉표지 상단에 적힌 <더 나은 삶을 위한 생각하기 연습>이라는 문구를 보았기 때문이다.
정확한 횟수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하루에 굉장히 수많은 선택을 한다. 선택지가 나오면 관성대로 생각을 하고 옳다고 여기는 쪽으로 판단을 내리며 행동을 추진한다.
그러나 그 판단은 종종 틀리기도 한다. 우리가 이러한 틀린 판단을 생각보다 자주 내리는 이유는 그 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많거나 혹은 너무 없거나이다. 또는 무언가를 결정하는데 필요한 충분한 시간이 없었거나.
우리는 일부러 신중하지 않으면 평소 행동하던 대로 생각하게 된다. 대충 어림짐작해서 판단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심리학 용어로 휴리스틱이라고 하는데, 빠르게 결단을 내릴 땐 매우 유용하지만 자칫 잘못쓰면 심각한 오류를 범한다. 마치 양날의 검처럼.
그리고 그런 인지 오류를 조금이라도 덜 일으키도록 도움을 주는 생각하기 연습. 머리속에 들어있는 수많은 불순물 생각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판단만을 골라 깔끔하게 생각을 정리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당연히 익혀야지, 고개를 끄덕이며 기대와 함께 책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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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은 유창성 효과에 대한 내용이었다.
강연 시작 즈음 학생들에게 BTS 작은 것들에 대한 시 뮤비 중 약 6초가량의 쉬운 안무를 여러번 보여준다.
이 춤을 똑같이 따라 추면 상을 주겠다고 선언하자 6초 영상을 처음 한 번 보고도 열 번을 더 본 학생들은 '아, 6초밖에 안되고 저렇게 쉬운 안무인데, 게다가 여러번 보기까지 했는데 어려울게 뭐가 있겠어?' 같은 생각을 하며 나온다. 이 학생들은 10번은 물론이고 슬로우다운 버전 영상까지 보았으니 자신만만하다.
그러나 강당으로 나와 친구들의 즐거운 응원을 받으며 춤을 추기 시작하는 순간, 마구잡이로 움직이는 팔과 다리, 맞지 않는 타이밍, 영상과는 아예 180도 다른 새로운 안무가 튀어나오기 까지. 그 광경에 학생들의 즐겁고 유쾌한 웃음소리가 강의실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라는 착각. 이게 바로 유창성 효과가 일으키는 착각이라고 한다. 행동으로 옮겨보면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알게되지만, 실제로 실행하기 전까지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인지적 오류. 머리속으로 생각하기로는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틀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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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안무를 따라추는 학생들의 모습을 통해 유창성 효과가 일으키는 착각이 무엇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이 유창성 효과 오류를 막고 싶다면 어떻게 생각하면 되는지도 알려주는데 꽤 쉽고 유용해보여서 유익했다. (물론 이러한 '쉬워보인다'는 생각도 유창성 효과일 수 있지만)
두번째 장은 확인편향에 대해서였는데 확인 편향은 우리가 믿고 있는 내용을 확인만 하려는 경향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내가 세운 가설에 대한 확인만 하고 그 가설이 틀렸다는 쪽에서는 증거를 찾지 않는다는 소리다.
나도 격하게 공감하며 떠오른 기억이 있었다. 코로나 19가 한참 발발했을 시기였다. 화목한 만남을 가진 추석 다음날, 코로나에 확진 된 친척들에 의해 밀접 접촉자로 안내 전화를 받았다. 그 전화를 받자마자 어쩐지 머리가 좀 아픈 것 같고 배도 살살 아파오는 기분. 마치 진짜 코로나에 걸린 것처럼 갑자기 의심되는 증상들. 혹시 나도 코로나에 걸린게 아닐까했지만 결과적으론 음성으로 판명났다. 이처럼 실제론 걸리지 않았는데도 마치 진짜 양성인 것처럼 몸이 반응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게 다수의 사람들의 뇌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점이 꽤 신선해서 인상이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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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으며.
글의 문체가 딱딱하지 않고 편안하다. 설명도 문장도 이해하기 쉬운데다가 어쩔 땐 다소 성숙하고 어쩔 땐 옆집같은 친숙한 결들이 글에서 느껴졌다. 서두에 들어가는 글에서 역자 김보람분의 노고에 감동하며 감사를 표했었는데 생각해보면 이때부터 부드러운 인품의 향기가 느껴졌던 것 같다. 정제된듯한 실험과 연구 내용글 도중에 간간히 나오는 장난스러운 사족에 피식피식 거리며 참 재미있게 읽었다.
실험뿐 아니라 본인의 경험담도 서슴없이 풀어준다. 예를들면 유창성 효과에서는 본인이 직접 겪은 착각 경험을 말하는 식이었다. 한 40분짜리 유튜브 영상을 보고 반려견의 털을 잘랐다가 무참히 실패한 경험, 쉬워보여서 원예 카탈로그를 보며 구입한 대량의 씨앗들. 인지편향을 연구하는 자신도 종종 이런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며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한다.
평소에 인지심리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된 서적들을 다수 읽었는데 그중 제일 이해가 쉽고 인지 오류를 해결할 연습방법도 있어서 굉장히 유익했던 책이다.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이 도서는 제공받았으며, 솔직한 서평을 목표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