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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
  • 죽음이 물었다
  • 아나 아란치스
  • 15,300원 (10%850)
  • 2022-12-13
  • : 567

 
죽음이 물었다.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 있느냐고. 죽음이라는 심오한 주제와 노란 바탕의 신비로운 일러스트가 합쳐지며 묘한 분위기를 지냈다. 본격적으로 책을 들추기도 전에 나는 생각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소중한 것.

 

죽음은 왜 소중한 것을 찾지? 여기서 이야기하는 소중한 것이란 무엇일까. 이 질문은 마치 죽음이라는 존재가 소중하다는 가치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들렸다. 그리고 마치 책망하는 것 처럼들렸다.

 

당신이 생각하는, 당신의 인생에게서 소중한 것은 무엇입니까.

 

질문을 뒤로하고, 책의 초반은 저자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유년시절 병에 고통스러워 하는 할머니가 있었고 그 할머니를 왕진하러 오는 아라냐 의사선생님을 회상한다. 병세가 깊었던 할머는 두 다리를 절단한 뒤로 마치 없는 다리가 실재하듯 느껴지는 환상통을 겪는다. 힘들어 몸부림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본 7살의 아란치스는 자신이 가지고 놀던 모든 인형의 다리에 볼펜으로 수술자국을 그린다. 그리고 모조리 절단한다. 어린 아나 아날치스가 운영하는 병동에서는 아무도 고통에 시달리지 않는다.

그리고 의과대학에 들어가 실습용 시신들을 목격한 저자. 솔직히 저자가 한 말에 조금 놀랐다. 황홀한 표정을 지은 한 시신의 얼굴을 보고, 아름다운걸 보면서 죽은 게 분명하다며 동기에게 외쳤다는데... 그리고 그 당시 아나 아란치스의 말을 들은 동기가 자신을 이티보듯 봤다는 장면을 상상하며 조금 웃었다. 남들은 두려움을 느끼는 와중에 저러한 감상을 외칠 수 있다니. 나같아도 얜 뭐지? 당황해 할 것 같아서.  


이 책을 읽는 도중 제일 많은 시간을 생각했던 구간.

 

우리가 병원 침대에 누워 누군가가 병실을 들어오고 있다면 그 기분은 어떨까

사람들이 와서 기저귀를 갈아주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어떨까.

목욕이나 진통제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시간은 어떨까.

 

생각해보니, 나는 이제는 평안하신 내 할머니가 살아계실적 이러한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하루종일 침대에만 누워계시고 내가 오면 나를 향해 방긋방긋 웃으시는 할머니. 

나는 그저 여기 계시면 하루종일 심심하시겠다는 생각만 했다. 눈도 안좋으시고 귀도 안들리시는데 티비소리가 들리실까, 할머니는 이야깃거리도 없는 내가 재미없지 않으실까. 한시간 넘게 손만 잡고 있다가 갈뿐인데 이런게 할머니께 위로가 될까 같은 단편적인 추측 뿐.

 

몸이 많이 아프셨고 나이도 엄청난 고령이셨다. 본인이 곧 죽을 예정이라는 것을 아셨던 할머니는 어느날 눈을 뜨면 불쑥 불쑥 나타나는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계셨을까? 죽음을 앞둔 이로서 기약없는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셨는데.

나는 지금에서야 이미 돌아가신 분이 당시에 무슨 생각이셨을지가 궁금해진다.

죽음을 앞둔 우리 할머니께선 당신으로 하여금 내가 어떻게 느꼈으면 좋겠다고 여기셔서 그렇게 웃으셨는지.     

계속 계속 페이지를 넘기며 그때가 떠올라 기분이 조금 먹먹해지곤 했다. 이 책 덕분에 나는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경험했음에도 가질 수 없었던 물음을 뒤늦게라도 하게 되었다. 


 

포스트잇. 많기도 많다. 모두 나중에 다시 읽어봐야겠다며 붙여둔 구간이다.

 

이 책이 좋은 점은 평소에는 전혀 하지 않았고 할 생각도 못했던 질문들을 마구마구 던져준 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고정인식도 많은 부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제일 좋았던 부분은 후회를 덜 하게 해준 다는 것. 선택에 대한 고통을 줄여준 다는 것. 여러모로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으며, 솔직한 서평을 목표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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