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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의 토지는 십대 때 1권만 연거푸 읽고 2권은 손에 닿지 않았던 것인지 기회가 없었던 것인지 기억 조차 희미해졌던 책 입니다.
지난달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서평단을 통해 필사에 도전하면서 다시 접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1권부터 읽으며 각기 다른 인물들을 새롭게 재구성하며 읽게 되었습니다.
이토록 다양한 인물들이 거미줄처럼 여기저기 얽혀 있었구나 싶었더랬죠. 그렇게 2권을 읽었습니다.
고흐 에디션은 정말 예뻤고, 책장에 장식하기에 무척이나 자랑스럽게 여겨졌습니다. ^^
20개월 동안 끝까지 도전해서 '내 생애 이토록 아름다운 순간'이 있었음을 장식하고 싶습니다.
박경리 작가님에 대해 알아보던 중 인터넷에 올라온 작품 소개에 나온 글이 인상적이여서 남겨 봅니다.
작가님은 문단에 나오기 전에 외가의 먼 친척뻘한테서 들은 이야기가 하나 있었습니다.
즉 '어느 시골에 말을 타고 돌아다녀야 할 정도로 광대한 토지가 있어 풍년이 들어 곡식이 무르익었는데도
호열자가 나돌아 그것을 베어 먹을 사람이 없었다.'는 거예요.
이 '베어 먹을 사람이 없었다'는 말이 박경리 작가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고 합니다.
"벼가 누렇게 익었는데 마을은 텅 빈 그런 풍경이 눈에 잡힐 듯 떠오른다 할까."
그 뒤 문단에 나와 작품을 쓰다가 문득 그 기억이 되살아났고 그때부터 그것으로 뭔가 작품을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박경리와의 대화- 소유의 관계로 본 한의 원류, 김치수, 『박경리와 이청준』, 민음사, 1982, 165-166쪽.)
'풍요로운 대지와 죽어가는 사람들'의 강렬한 이미지의 대비가 『토지』를 쓰게 된 원인이 되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흉년이 일어나고 1902년 호열자가 창궐하기 조금 전인 1897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고 했지요.
그렇게 『토지』가 구한말에 걸친 우리의 아픈 역사를 약 26년간에 걸쳐 창작되게 됩니다.
마흔넘어 집필을 시작해서 일흔 가까이 다 되서 작품을 끝마치게 된 사연은 그러했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얼마나 끈질기에 작품과 씨름했을까요?
자신의 인생 절반을 바쳐 오로지 한 작품에 집중했을 작가님께 진심어린 존경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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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마흔이 넘어 다시 토지를 붙들고 씨름합니다.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행동 거지 하나하나 살펴봅니다.
독자로서 등장인물의 마음 속을 헤아리는 동안 어느새 그들 중 하나가 되어 함께 산과 들고 마당으로 뛰어다닙니다.
억울하고 분하고 욕망이 치솟고 살기를 억누르며 살아갔을 그들의 행적을 따라 갑니다.
자신의 아내(별당아씨)와 정분이나 밤에 달아나버린 구천이 (알고보니 배다른 동생)을 죽이기 위해 뒤쫓는 최치수
그런 최치수의 애를 낳아 보겠다며 김평산과 일을 꾸미는 귀녀
그런 귀녀를 마음에 품은 최치수의 살인청부업자?로 고용된 강포수
이 모든 걸 알고 곁에서 묵묵히 함께 동행하는 수동이
얽히고 설힌 질긴 인연들은 업보를 낳고 그 업보를 되물림 받아 이어나간다.
그렇게 2권을 끝으로 3권을 기다립니다.
긴호흡으로 이 책을 읽어 나갑니다.
우리의 역사를 살아 숨쉬게 증언하고 있는 수 많은 민중들이 주인공인 토지를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합니다.
아마도 세상이 이전과 다르게 보일 겁니다.
이 글은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도서 #채손독서평단 에서 #다산출판사 로 부터 귀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서평 입니다.
#채손독 을 통해 #다산북스 로부터 #도서협찬 받았습니다
어디서 온건지 아무도 모르는 구천이의 밤 중 산책은
한 맺힌 울음과 함께 멀어진다.
다시 새록새록 기억이 난다.
문장 하나하나 다시 살아난다.
쇳소리내며 끓는 기침 소리의 최치수.
어두운 최참판댁은 어이할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