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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서평단 필사 마지막 날이다.12월 한 달간 필사를 진행했다.
핑크책의 600페이지가 넘어가는 '죽음'에 대한 책이라니.
나는 늘 시간에 쫓겨서 의무감에 하기엔 버거워서 '내돈내산'으로 필사를 시작했고, 4주 동안 다행히 완수할 수 있었다.
새해를 앞 두고 굳이 '죽음'에 대한 철학책을 꺼내든 이유는,나 스스로를 바로 세우기 위함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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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언니는 내가 첫 애를 낳고 50일 째 되던 날 급성골수성백혈병에 걸렸다. 타인에게 골수이식과 폐이식을 받고 흔하게 겪는 온갖 부작용과 자가면역공격으로 인해 신체 장기 하나씩 하나씩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올해로 꼬박 큰 아이의 나이 만큼 십칠 년간 생존해 있다.
나처럼 아픈 가족이 있는 경우,
남은 가족들은 죽음의 불안감으로 인해 자유롭지 못하다.
걱정 되지만 무엇을 대신해 줄 수 없는 무기력감.
자주 찾아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
그리고 더 많이 사랑해 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
하지만 오늘도 살아서 목소리를 듣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
나는 이 지긋지긋한 죽음의 공포로부터 맞서 싸우고 싶었던걸까. 아마도 그런 맘으로 이 책 읽기를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죽음을 알고 나면 조금은 덜 두려울까! 더이상 두려워 쫄지 말고 세상을 응시할 수 있을까.
마지막 챕터 제목은
"사랑과 자유와 신은 죽음보다 강하다" 이다.
저자는 죽음의 끝에서 사랑을 외친다.
생명의 순환과 교환의 원리로서, 사랑은 멈춘 의식에 완성과 실현의 추가 기회를 줍니다. (641p)
이 책을 읽고 나니
이제는 '죽음'이 금기어라든가,
형이상학적으로 신비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뭔가 만지고 느낄 수 있을 법한,
우리 곁의 친구같은 이미지랄까.
그래, 친숙함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보다 지금은 꽤 죽음에 대해 안다고,
친숙하기까지 느껴진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중반 쯤 나의 언니는 그토록 염려하던 신장 기능이 안좋아져서 투석을 위해 병원에 입원한다고 연락이 왔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렇구나. 새해 예약했던 스키장은 취소 하자.
겨울 눈내린 발왕산이 너무 예쁜데 아쉽다. 내년 봄 여수 바다나 보러가자"
그렇게 나는 또 기약 없는 약속을 한다.
그렇게 죽음으로부터 유예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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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 인간은 유한하다.
하이데거의 실존주의처럼 인간은 이 세상에 툭, 떨어진 것에 대한 '부조리'함에 억울해 하다가도
내가 이 세상에 대체 불가능한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사실을 스스로 자각한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살아 숨 쉼에 신께 감사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인간들은 끊임없이 자각한다.
'실존하라!'
죽음을 기억하라!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이 그대를 찾아올지 모르니,
늘 깨어있으라.
결국 죽음은 끝이 아니며,
사랑한다면 기억한다면 우리는 다음을 위한 정신적 선물을 낳는다.
다음 세대에, 자녀에게, 우리 곁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우리의 기억과 사랑을 남겨주는 것이다.그렇게 죽음과 동시에 탄생은 이어나가는 것이다.
[인상적인 문구]
그러니,
짐을 싸고 마지막 준비를 하세요.
야전에서 돌격을 앞둔 병사처럼, 떠날 채비를 하세요.
곧 호출이 올 수도 있으니까요. ( 217쪽)
그러니,
짐을 싸고 마지막 준비를 하세요.
야전에서 돌격을 앞둔 병사처럼, 떠날 채비를 하세요.
곧 호출이 올 수도 있으니까요.- P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