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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선명한 악몽이 현실이 되어 마주하는 순간
"사악 사악-!"
아까 꿈의 연장선이었다. 종이를 자르는 소리와 사람 피부를 가르는 소리는 꽤 비슷하다. 그래서 꿈은 나에게 여러모로 잔인했다.
꿈을 꿨어.
검은색 그림자가 우리집 베란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차가운 바람이 훅 들어왔어.
그 그림자는 문을 열고 선채 나를 보고 있어.
나는 누워있는지 그가 내려다 보는 것처럼 느껴져.
나는 일어나 문을 닫고 싶어. 그래서 일어나서 문 앞에 섰어.
그림자는 딱 베란다 문 밖에 서 있고 문을 연채 가만히 서 있었어.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너무 차갑고 추운데.
나는 그가 잡고 있는 베란다 문을 닫으려고 했어. 꿈쩍도 안하는거야.
아침에 눈 뜨니 카톡에 내가 쓴 메세지가 보인다.
영어로 자동 번역되어 써진 메세지.
"I had a nightmare"
어딘가로 나는 도움을 청하고 싶었던걸까?
이 책을 읽고 새벽에 꾼 꿈이다.
아. 난 왜 하필 스릴러를 읽은 것일까?
스릴러는 뒤틀린 인간의 욕망을 보이지 않게 감춰놓는다.
세상을 움직이는 욕망, 질투, 혐오, 기만, 편견을 잔인한 형태로 가공하여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평소 내가 읽는 장르는 아니지만 다양성을 위해 용기를 내보았다. 게다가 여름에 선택한 서평책을 한 겨울에 읽다니...
여름에 보려고 꺼냈다가 소름 소름 돋는 표현들에 쫄아서?
마음 진정 시키고 읽겠다며 조용히 넣어뒀는데
이렇게 시간이 지난줄 모르고 책상 정리하다 찾아냈다.
ㅠ_ㅠ 죄송한 마음이 한가득이다.
그런데, 왜 스릴러는 여름 보다는 겨울이 어울리다고 느껴지는걸까?
모두가 행복하고 들뜬 연말에, 새로운 희망과 다짐이 솟구치는 새해를 앞두고 말이다.
누군가는 쓸쓸하고 소외되고 더럽게 추운 마음으로 살아가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스릴러는 겨울에 읽는 맛이 더 좋다고 생각된다.
모두가 희망에 찬 연말연시에! 나는 따뜻한 방구석에 누워 귤 까먹으면서 스릴러를 읽는다. 이게 참으로 힐링아니면 뭐겠어?
책에는 다양한 장르가 있지만, 스릴러는 특히 여러 인간 군상이 등장한다.
숨은듯 감춰진 살인마를 찾아 독자들은 여기저기 탐색하게 된다.
이 책은 다양한 살인 방식을 새의 눈으로 관찰해서 보여주고 있다.
독자들은 마치 한 마리 새가 되어 살인의 현장을 함께 관찰하는 듯한 착각을 느기게 된다. 또한 살인자가 누구일지 다양한 사람들의 심리를 꿰뚫는 묘사가 넘쳐난다. 그 배경에는 보육원의 살인 사건까지 연결된다. 온 세상이 숨겨온 비릿하고 잔혹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면 누구나 소름 돋게 될 것이다.
추천대상
-스릴러와 공포소설을 사랑하는 분
-독특한 관점의 스릴러를 즐기고 싶은 분
-연말연시 약속없는 집순이 집돌이들
-차가운 겨울 내 마음을 더 꽁꽁 얼리고 싶은 분
-세상이 무료하기 짝이 없는 지루한 분
*이 글은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chae_seongmo) 서평단을 통해 델피노(@delpinobooks)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 입니다.
"사악 사악-!"
아까 꿈의 연장선이었다. 종이를 자르는 소리와 사람 피부를 가르는 소리는 꽤 비슷하다. 그래서 꿈은 나에게 여러모로 잔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