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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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과정과 정식 승인까지의 내용을 담은 정보서이다. 그러나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저자 시모야마 스스무의 탁월한 글솜씨 덕분에 어렵고 전문적인 신약 개발 이야기가 마치 소설처럼 흥미롭게 다가온다.
서문에서는 알츠하이머의 발병 사례로 일본의 요코 가족 이야기를 다룬다. 이 가족은 40대 후반에 발현되는 알츠하이머로 고통받았다. 요코는 41세부터 건망증 증세를 보였고, 48세에는 거의 말을 하지 못하고 보행도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사망 후 부검 결과, 그녀의 뇌는 일반인의 절반 크기에 불과했고, 알츠하이머의 전형적인 병변인 노인성 반점이 발견되었다. 이러한 사례는 질병의 무서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알츠하이머와 치매 환자 증가
치매 환자가 급증하는 이유는 평균 수명이 연장되면서 70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는 과거에는 생소한 병이었지만, 이제는 고령화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45년 이후 대한민국의 노인 비율이 37.3%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은 우리의 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상기시킨다.
신약 개발의 시작과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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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연구는 1981년, 알츠하이머 박사가 환자의 뇌 속에서 발견한 ‘노인성 반점’을 분석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원인 물질로 밝혀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 병변 사이의 관계를 밝히기 위해 연구가 지속되었다. 유전공학의 발전으로 알츠하이머 유전자가 밝혀졌고, 연구자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신약 개발이 본격화되었다.
에자이 제약사의 도전
에자이 제약사의 연구원 스기모토는 개인적인 동기로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의 노력 끝에 알츠하이머 최초의 치료제인 ‘아리셉트’가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이 약은 근본적인 치료제가 아닌 증상 완화제였다. 그는 이후 근본 치료제 개발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부여받아 도전을 이어갔다.
흥미로운 사례로는 과학자 데일 셍크의 이야기가 있다. 그는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아밀로이드 베타를 주입하는 백신 요법을 고안했다. 그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성공을 거두었으나, 그는 아두카누맙 임상 시험을 앞두고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헌신은 신약 개발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신약 개발의 어려움과 교훈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은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소요되며,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위험한 도전이다. 또한, 신약의 특허가 만료되면 ‘특허 절벽’ 현상이 발생해 제약사의 수익이 급감한다. 이 과정에서 실패를 거듭하지만, 연구자들은 이를 통해 발전해 나간다. 레카네맙은 아두카누맙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으로 탄생한 결과물이다.
책이 주는 메시지
이 책은 알츠하이머의 원인, 증상, 치료제 개발 과정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며, 환자와 가족이 마주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조명한다. 또한, 최신 연구 성과와 의학 기술을 바탕으로 환자와 가족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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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근 이 책을 읽으며 2024년 12월 16일부터 알츠하이머 신약 ‘레카네맙’의 처방이 시작되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이 책은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에게 막막함보다는 희망을, 의심보다는 신뢰를 줄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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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정복>은 치매 환자와 가족뿐만 아니라 질병 예방과 관리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에게 유용한 책이다. 질병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예방과 더불어 환자와 가족이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돕는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치매라는 도전을 함께 극복할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독서> 서평단을 통해 북스힐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우리는 실패에서 배우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다.
아두카누맙은 바피네주맙과 솔라네주맙의 실패에서,
레카네맙은 아두카누맙의 실패에서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