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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사랑을 부른다
- 조남선
- 14,400원 (10%↓
800) - 2024-12-27
: 760
《사랑은 사랑을 부른다》 라는 책 제목을 보자마자 생각했다. 힐링이 필요한 지금의 나에게 이 책이 온 것은 어쩌면 운명인 것 같다고. 책의 표지에는 가늘고 작지만 선명한 사랑들이 가득 담겨있었다.
📖 막다른 길 끝에 선 듯이 두렵고 막막했던 순간들, 하지만 그 시간을 온몸으로 버티고 헤치며 도착한 굴곡의 끝은 또 다른 길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왼쪽으로 혹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가며 나아가는 발걸음이 삶에 힘을 더하고, 비로소 주위를 둘러보며 넓어지는 시야가 우리 삶을 더 빛나게 한다. 762번의 커브를 돌아야 다다를 수 있는 빠이처럼. P.37.
📖 누구나 힘들 때가 있다. 가끔은 혼자의 힘으로는 버거운 시련의 한가운데를 지나가야 할 때도 있다. 그럴 땐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의 사랑과 축복이 필요하다. 여섯 살짜리 채영이의 편지처럼 '힘들지요 내가 악마해 들이게요 사랑해요'하고 진심 어린 따뜻한 마음을 전해 보면 어떨까? 우리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확실한 한 가지는 마음을 나누는 것이며, 그 마음은 구체적으로 표현할 때 더 아름답다는 사실이다. '사랑'은 막연하고 추상적이지만 그 뒤에 '해'라고 한 글자만 더 붙이면 사랑이 살아 움직인다. 우리 마음에 위로의 씨앗 하나가 싹을 틔운다. P.100.
📖 장독대는 일 년 내내 어머니 것이었다. 봉숭아꽃이 진 꽃밭에 국화가 피고 뒤편엔 홍시가 익어가던 가을에도, 채반 위에 무말랭이가 얼었다 녹았다 하며 말라가던 초겨울에도 어머니의 눈길과 손길은 곳곳에 살아 있었다. P.145.
📖 삶의 한구석에 깨진 유리창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깨진 구멍으로 황소바람이 몰아쳐 삶 전체를 흔들어 놓지 못하도록 살펴야 한다. 뒷골목에 세워 둔 자동차처럼, 흉물이 된 게시판의 시간표처럼, 제때 살피지 않아 못쓰게 된 집처럼 적절한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도 중요한 것은 유리창이 조금 깨졌다고 전체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 삶을 온전하게, 100으로 지키는 것도 좋지만 좀 부족한 99라도 내 삶임을 인정하고 쉽게 0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P.173.
📖 '함께 기다려 줘서 고마워. 저기 있는 봉숭아가 꽃을 피울 때 나는 좀 더 기다려야 했어. 내가 꽃피는 시기는 따로 있었거든. 나는 벚꽃의 분홍색도, 봉숭아의 선홍색도 부럽지 않아. 나는 내가 피우는 노란 꽃이 제일 좋아. 그러니 너도 너만의 빛깔로 꽃피울 너의 계절을 기다려 봐. 천천히 자라도 괜찮으니까.' P.223.
책을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는 저자의 여섯 살난 딸 채영이 아빠에게 보낸 사랑스러운 쪽지 이야기였다. 이제 막 돌지난 아기를 키우고 있는 나에게는 미래를 꿈꾸게 하는 이야기였고(우리 애도 이런 사랑스러운 쪽지를 곳곳에 숨겨두는 귀여운 아이로 자라게 될까?) 저자에게는 다시 없을 반짝이는 삶의 기억 중 하나였을 것 같다.
그 외에도 8남매를 키우는 부모님의 고단하지만 정겨운 일상, 뒷동 할아버지의 쓸쓸한 어깨춤, 학교에서 꽃을 가꾸며 아픈 마음을 치유해가는 아이들의 선연한 마음까지. 결국 이 책은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조금은 느리고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묵묵히 오늘을 살아가며 자신의 삶을 가꿔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렇기에 국가적으로 불안하고 가슴 아픈 시간을 겪고 있지만 책을 읽으며 조금씩 마음이 따뜻하고 평온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아마도 사랑은 사랑과 함께 희망도 부르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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