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인디스쿨에 요즘도 서평단 모집이 있었구나, 오랜만에 인디스쿨을 찬찬히 살펴보다가 서평단 모집 글을 보게 되었다. 여러 권의 책들이 대상 도서로 올라와 있었는데, 옛날옛적에 치열했던 선착순 경쟁을 겪었던 걸 생각해보면 어리둥절할 정도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었다.
그중에 내 맘을 사로잡은 책이 있었으니.. 바로 <쓰는 건 싫어!>
제목이 확 들어왔다. 우리 9살 아들이 그얼마나 쓰는 걸 싫어했던가. 물론 지금도 좋아하지 않는다. 쓰는걸 좋아하는 적은 수의 아이들을 키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훨씬 다수라는 사실. 학교에서 보아온 여러 아이들이 쓰는 걸 어려워해왔다는 경험이 이 책의 제목에 눈길이 가게 했다.
책이 도착하고 언박싱을 하는데, 아들이 다가와 관심을 가진다. 어 나랑 똑같네?!
나보다 먼저 읽어버린 아들.
막상 읽고나선 시큰둥이다. 응 그냥 그래, 그냥 재밌었어. 나도 그랬잖아. 하면서 지가 읽던 다른 책들을 읽으러 간다.
코로나로 끙끙댄 현생살이로 며칠이나 지나서야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으흠, 이런 내용이구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7살 꼬마아이의 시점에서, 한글 읽기와 쓰기의 부담감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더불어 엄마의 조바심도. 남 얘기가 아니었다. 바로 우리 아들의 이야기, 작년 1학년 우리반 아이들의 이야기, 또 지금 만난 1학년 아이들이 겪고있는 이야기일게다.
왜 힘들게 쓰라고 하는걸까.
읽으면 되지 왜 그다음엔 쓰라고 하는거야.
쓰는 건 왜이리 어려운거야.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거다.
아이들 안에 있는 이런 질문들에 귀기울이는 선생이 되어야겠구나.
마음을 알고, 마음을 활짝 열고, 지도를 해나가야겠구나.
교사로서의 자세를 가다듬게 된다.
연차가 쌓일수록. 헛투루 할 수 없구나 느낀다.
지나간 이야기에 휙 책을 놓고 가버렸던 우리 아들.
지금 우리반에 한글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언젠가 자신이 한글 쓰기를 어려워하던 시절이 있었는지도 잊게될거란 생각이 든다. 아이들은 그렇게 자란다.
슬며시 학교로 갖고 가서..아이들에게 살짜쿵 읽어줘봐야지.
어떤 눈빛으로 반응할지 궁금하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할머니에게 쓴 편지는 살짝 마음이 쿵 했다. 하지만 처음 쓴 편지치고는 너무 문장력이 좋아서 개연성이 많이 떨어지네 라고 생각했더랬다. 한글 초심자는 이런식의 편지를 쓸 수 없단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