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 먼 그대
보라돌 2023/02/1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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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
- 김성경
- 16,200원 (10%↓900)
- 2023-01-30
- : 492
홍보 문구에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가 들어가있어서 호기심이 생겼다. 서평에 신청했고 운좋게 책을 받을 수 있었다.
어.. 하지만 내가 읽었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와는 좀 달랐다? 일단 책 표지에 있는 것처럼 분단의 나라에서 여성으로 사는 것이라길래 전후 남북한 여성들의 르포?일거라 생각했는데, 북한 여성들의 삶을 연구해 온 학자가 북한 여성들의 삶을 인터뷰를 토대로 소설처럼 재구성한 형식이었다. 토요일 아침이면 KBS1TV의 '남북의 창'을 가끔 보는데, 그런 프로에서는 볼 수 없던 더 어두운 이면을 알 수 있어 북한 주민의 삶에 조금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몇십년째 분단 국가로 이념에 가로막혀 살고있지만 그네들도 먹는 걱정, 자식 걱정하는 남한 사람들이랑 별로 다를게 없었다.
책 첫째장에서는 소설처럼 구성한 북한 여성 삼인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들은 제약이 많은 사회 제도, 분위기속에서 최선을 다해 삶을 이어간다. 밥 걱정, 자식 걱정이 절로 앞서는 그네들은 가정을 위해 억척스럽게 산다. 자식과 가정의 앞 날을 위해 국경넘기를 망설이지 않는다. 소설같은 이야기는 결국 그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었는지 보여주진 않아 궁금증을 자아낸다. 어디에 있든 그녀들이 성공하여 가족과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게 된다.
두번째 장에서는 국경을 넘어 가족을 부양하는 사람들과 재일조선적 사람들 이야기를 다룬다. 첫째장에서 국경을 넘어간 여인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밝아보이지 않는다. 국경을 넘어 연길에서 지내는 여성들은 간병인이나 성매매 등에 종사하거나 좀 더 안정적인 기반을 찾아 한족 남성과 결혼하기도 한다고 한다. 한족 남성과 결혼하면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탈북자 여성과 한족 남성을 이어주는 브로커 역할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어디서든 생계를 개척하는 억척스러움은 대단하다.
연길에서 간병인 일을 하며 거의 사실혼 관계처럼 사는 할머니는 연로한 나이에도 자식 걱정을 놓지 못하고, 연로한 몸으로 돈을 벌어 북의 가족들에게 돈을 보탠다. 한족 남성과 결혼하여 아이까지 낳은 이는 우여곡절끝에 남한까지 오게 된다. 이들 인생에 해피 엔딩이란게 찾아올 것인지 갑갑하기만 하다.
셋째장에서는 작가가 본 연구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얘기를 해주고 있다. 영국 유학 중에 문제 의식이 없어서 고민이던 작가가 아시안+여성+개도국 출신이라는 본인의 사회적 위치를 절감하고 페미니즘과 탈식민사회를 연구하게 된 과정은 진솔하게 느껴진다. 이 교수님 덕분에 크게 관심없던 북한 사회였지만, 같은 여성으로서 여성 이슈에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만 보고 힘든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점도 안타깝다. 책 속의 여인들이 목표하는 바를 이뤄 밥 걱정없이 가족의 품 속에서 평범한 행복을 누릴 날이 오기를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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