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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나~
서경
북로드  2026/09/11 13:20
  • 서경
  • 박찬근
  • 17,100원 (10%950)
  • 2026-08-27
  • : 250


선택도 어렵지만 유지하기는 더욱 어렵다. 통치기술은 권력의 핵심이다. 어떤 방향과 주제를 선정하느냐에 권력의 향방이 갈라진다. 부여된 권력을 더욱 강화할 수도 있으나 사소한 일이 누적되어 상실되는 패배를 경험하기도 한다. 권력은 무상하다. 형태도 없지만 어떤 감정보다 공허하고 무기력을 경험한다. 그런데 왜 그토록 많은 이들이 권력을 포기하지 않는 것일까? 권력투쟁은 본능에 가깝다. 누군가의 의지가 아닌 경쟁구도의 생존전략이다. 본능을 벗어난 권력은 특별한 메커니즘을 요구한다. 인간의 역사는 권력쟁탈과 찬탈을 둘러싼 내분과 전쟁의 시간이었다. 반면에 뛰어난 통치술을 앞세워 덕을 밝힌 성군도 존재했다. 중국사는 요, 순, 우 시대의 태평성대를 기억한다.

 

덕을 밝히는 통치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공동체의 안정과 평화를 이루기 위한 통치의 조건은 외부적 변수보다 백성과의 관계에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책임감을 요구한다. 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 (인심유위, 도심유미, 유정유일, 윤집궐중) 열여섯 자는 요 임금으로 순이 받고 순이 다시 우에게 건넨 것이다. 서경의 핵심주제이자 통치자의 심법이라 불리며 동아시아 통치론의 핵심으로 인정받고 있다. 열여섯 글자 중 精(정)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쌀미와 푸를청이 합쳐진 정은, 쭉정이를 골라내어 맑고 깨끗한 알곡만 남기는 것을 의미한다. 마음을 수양하는 과정이다. 도심은 마음의 근원이다. 민심은 사사로우나 도심은 본성의 바름이다. 도심이 어지러우면 나라가 혼란스럽고 부패가 시작된다. 도심은 왕의 얼굴이자, 통치의 근간이다. 저자는 연산군과 정조의 도심을 비교하며 임금의 한결같음을 강조한다. 도심으로 통치한 정조는 만년에 스스로를 만 갈래 시내에 비친 밝은 달의 주인이라 칭했다.

 

불긍세행, 종루대덕(不矜細行 終累大德), 작은 행동을 삼가지 않으면 결국 큰 덕을 무너뜨린다. 서경 여오의 말이다. 긍은 긴장을 늦추지 않은 태도다. 즉, 긴장을 풀지 말고 방심하지 말라는 의미다. 큰 덕은 작은 일상이 쌓여 이루어진다. 권력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지만 결국 작은 일 하나에 무너지는 정치인들을 일컫는다. 여오의 다음 문장은 더욱 심오하다. 위산구인, 공휴일궤(爲山九仞 功虧一簣), 산을 아홉 길이나 쌓았는데 마지막 삼태기에 무너진다. 한 길 쌓지 않아 무너진다면 아홉 길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마지막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이 역시 방심하지 말라는 긍의 의미를 포함한다. 권력자는 큰일에 치중한다. 하지만 모든 일은 작은 일부터 시작된다. 작은 일은 무엇인가? 서경은 민유방본을 통해 백성은 귀하고 임금은 가볍다고 말한다. 또한 내가 만 백성 위에 서 있음이, 썩은 새끼줄로 여섯 마리 말을 모는 듯 두렵다고 기록되어있다. 작은 일은 백성을 돌보는 것이며 큰일은 백성을 헤아리는 것이다. 백성이 귀하고 사직이 다음이며 임금은 가볍다는 민귀군경(民貴君輕)은 통치의 핵심덕목이다.

 

정치는 구조적 모순과 개인의 욕망을 내재하고 있다. 국민을 위한다지만 개인의 야욕을 배제할 수 없다. 반면에 대부분 외부의 적보다 스스로의 욕심 때문에 무너진다. 흙을 만지고 수로를 고쳤던 우 임금의 굳은살은 먹줄을 따르면 곧아지고, 간언을 따르면 성군이 된다는 부열의 조언과 일맥 한다. 흙으로 담을 쌓던 부열은 하루아침에 재상이 되었다. 권력은 통치하는 자리가 아니다. 듣고 경청하는 자리에 가깝다. 부열은 묻기를 좋아하면 여유로워지고, 곧음을 밖에서 구하는 겸손함을 가지면 성군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가르침은 배움의 절반이기에 남을 가르치는 일이 자신을 가르치는 일이라 강조했다. 높이 오를수록 곧은 소리를 듣기 싫어한다. 아랫사람 역시 미움을 살까 두려워 먹줄을 대지 못한다. 제 굽음을 아는 이는 드물다. 그대의 굽음을 곧게 그어 줄 먹줄 하나가 있는가? 먹줄은 권력이 가장 싫어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다.

 

본 책은 채침의 서집전을 기본텍스트로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경을 독자적으로 해석한 번역서다. 춘하추동 사계절을 바탕으로 리더의 조건과 실천, 유산과 완성을 담았다. 어떤 한 부분도 허투루 넘길 수 없을 정도의 빼어난 문장과 해석이 돋보이며 고대사는 물론 현대 정치구조를 파악하는데도 뛰어난 기지를 발휘한다. 무엇보다 정치의 본질이 무엇이고 어떻게 통치해야하는지, 통치기술에 질문과 해법이 구체적으로 담겨있다. 서경은 민유방본을 근간으로 한 통치기술을 서술하고 있다. 중국은 수천 년동안 권력찬탈을 위한 전쟁으로 시달려왔다. 아이러니하게도 목적은 백성의 평화와 안정이었다. 하지만 권력에 의해 백성이 사라져갔다. 시대는 변하였지만 권력의 속성은 변하지 않았다. 현실정치는 더욱 교묘하게 국민을 호도하고 괴롭힌다. 정치 때문에 피곤하고 혼란스럽다. 누가 정치인들에 호감을 갖고 신뢰를 주겠는가? 서경은 정치 본래의 모습을 추구한다. 리더의 조건과 태도를 이야기하며 권력을 대하는 자세를 좆는다. 고전은 정답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단지, 성공과 실패의 역사를 반복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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