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최대화두는 플랫폼구축이다. GPU로 AI주도권을 선점한 엔비디아의 최종목표 역시 AI를 활용한 플랫폼 시스템이다. 쿠다(CUDA)는 엔비디아가 만든 독점적인 GPU 기반 병렬컴퓨팅 플랫폼이자 API다. 엔비디아는 쿠다가 미래의 윈도우가 되길 기대한다. 인터넷이 마이크로소프트를 어떻게 성장시켰고 윈도우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변화시켰는지를 이해한다면 엔비디아의 선택은 디지털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최고의 전략이 될 것이다. 플랫폼을 선점하면 미래의 헤게모니를 장악할 수 있다. 소비자든 기업가든 사용자는 종속된 플랫폼을 벗어나기 어렵다. 플랫폼 전략은 경제적 구속력이다. 안타깝게도 인간의 뇌는 알고리즘으로 무장된 플랫폼에 최적화되어있다. 특별한 불편함이나 감정동요가 없다면 일생동안 변하지 않고 같은 행위를 반복한다. 플랫폼은 습관화에 가깝다. 왜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등이 데이터 센터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서두르고 있겠는가? 그들이 그토록 속도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 때문이겠는가?
탈중개화를 외치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플랫폼 기업들, 그들은 산업구조를 넘어 사회담론까지 변형시킬 정도로 대체할 수 없는 괴물이 되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은 편리함을 앞세워 다양한 유용성을 제공하고 있지만 거대한 규모만큼 복잡한 문제들도 쏟아내고 있다. 그들은 미묘한 틈새를 노리는데 익숙하다. 천문학적인 로비금액만큼 사용자에게 호의를 베풀었다면 지금과 같은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중간거래상에 불과했던 기업들은 수익이 될 만한 거의 모든 사업에 손을 대고 있다. 본래목적이 사라지고 주주이익과 편향적인 사업구조가 기존 거대기업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는 형국이다. 기업 이미지는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배신이 늘어날수록 경제적 헤자가 유지될 수 있을까? 네트워크 효과가 지금처럼 기업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까?
플랫폼은 그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경제적 헤자다. 덕분에 한번 자리 잡게 되면 거의 무제한적인 경제 권력을 휘두른다. 정부의 규제와 반독점구조를 제어할 수단이 없다면 어디까지 사용자를 조절할지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다. 이런 구조엔 과도한 투자와 주주편향, 이익에 대한 치밀한 계산과 자본이동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 숨겨있다. 사실적으로 플랫폼은 어떤 경제적 생산과 노동을 하지 않는다. 온라인서비스를 통해 이루어지는 전자상거래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광고수익과 사용자 이익이 수익의 대부분이다. 기존의 경제상식을 뒤엎는 구조덕분에 사용자호응을 얻었지만 결국 이익은 사용자의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처음 의도와는 달리 거대한 똥 더미가 되어가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의 부패가 가져다 준 폐해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언론이나 미디어가 플랫폼기업의 부패를 밝히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뉴미디어 역시 플랫폼을 통해 정보를 팔아 기업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시티피케이션은 디지털플랫폼이 사용자를 점점 배신하며 나쁜 구조로 변형되는 현상을 표현하는 신조어다. 플랫폼은 사용자 중심이 아닌 사업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거대한 똥더미가 되어 소비자와 생산자의 이익을 갈취한다. 사이트를 열 때마다 광고가 터져 나오고 개인 의사와는 전혀 관련 없는 콘텐츠가 줄을 잇는다. 이들은 처음에 사용자의 편익을 우선시했다. 그리고 사업자 고객의 편익을 위해 가격을 올리거나 편향적 알고리듬을 선정해 소비자를 괴롭힌다. 다음엔 이익을 갈취하기 위해 사업자를 괴롭히며 수익구조를 바꿔가며 자기 몫으로 수익을 챙긴다. 대엔시트기의 도래다. 시장은 반발하지만 기업 오너들은 결코 이익을 포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법과 규정을 동원해 약자 코스프레를 짓누른다. 결국 사업가는 붕괴하고 소비자는 외면한다. 이런 현상이 지속적으로 반복되지만 이들은 또 다른 유인책을 앞세워 테크노봉건주의를 재건설한다. 거대한 시스템에 갇힌 지대추구, 어딘가 비슷한 과거가 떠오르지 않는가?
플랫폼은 이상적인 시스템이다. 누구든지 자유롭게 거래하고 가격을 흥정하며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는 구도, 또한 안정적이고 균형적이다. 하지만 소수의 계산이 들어가면 모든 것은 제 기능을 상실한다. 저자 코리 닥터로는 엔시티피케이션을 통해 원칙을 잃어버린 플랫폼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사용자를 이용하고 사회구조를 망가뜨리고 있는지 고발한다. 플랫폼 생태계는 이미 변질되었다. 성장을 앞세운 견제 받지 않은 권력이 되었다. 정부는 오히려 플랫폼 기업에 과도한 특혜를 예고한다. 성장과 규제를 공유할 수 없듯이 결국 플랫폼을 대하는 개인의 자세가 더욱 중요해졌다. 인터넷 기업들은 수많은 변곡점을 양산하며 물류, 소비, 전자상거래의 혁신을 이루었다. 덕분에 인류는 새로운 연결을 통한 비즈니스를 재생산하게 되었고 현대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폭넓은 시장이 확산되었다. 반면에 어두운 부분도 늘어났다. 정보대신 광고를 연결대신 착취를, 플랫폼이 인류에 끼친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과도한 플랫폼 기업들의 독점과 부패문화는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만큼 사회를 변화시켰다. AI 플랫폼을 서두르는 그들은,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을까? 이제 당연한 것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하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