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명한 통치자는 역사와 민중의 틈바구니에서 자신의 역할을 아는 인물이었다. 조선시대 수많은 왕들이 통치권을 휘둘렀지만 세종만큼 백성을 위한 군주는 없었을 것이다. 그의 업적은 훈민정음과 측우기등 과학기구의 발명, 제도개선으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세종의 위대함은 나라의 근본을 사람에게서 찾았다는 것이다. 그는 능력보단 개인의 자질을 보았다. 한 번의 실수로 사람을 내치지 않았고 부족함이 보이면 기회를 열어주었다. 또한 일을 맡긴 신하를 신뢰했고 맡긴 일은 믿을 줄 알았다. 신하들은 당연히 최선을 다했고 세종의 말 한마디에 담긴 의미를 깊이 새겼을 것이다. 세종은 사람을 볼 줄 아는 왕이자 백성을 가장 깊이 인식한 군주였다.
세종은 백성이 율문(법)을 어디까지 알게 할건인가를 두고 허조와 논의를 한 적이 있다. 자신들도 잘 알지 못하는 율법을 어리석은 백성들이 깨우친다면 사대부 위상은 땅으로 떨어질 것이다. ‘신은 폐단이 일어날까 두렵습니다. 간악한 백성이 법을 알게 되면 죄의 크고 작음이 드러나 제 마음대로 농간을 부릴 것입니다.’ 허조의 의례적인 답변에 세종이 만족할리 없었다. 세종은 고의로 한 것과 몰라서 한 것이 같을 수 없다며 다시 논의하라고 명한다. 조선은 위계질서가 상당했던 사대부의 나라다. 현실에 반영하면 어떨까? 법에 가까운 사람은 법조인이지, 일반인들이 아니다. 법을 알아야 하는 것은 개인의 몫일뿐,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다. 덕분에 자신의 지위나 인맥을 이용한 법꾸라지들이 법을 오용하고 왜곡한다. 농간은 어리석은 백성이 아닌 간악한 지도자들이 부리지 않는가?
누구나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아무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문제를 말하는 사람은 자신의 타당성을 입증하려 나름 논리를 주장한다. 하지만 믿을만하지 않다. 문제 속에 타인을 조정하려는 의도가 숨겨있기 때문이다. 시경의 빈풍, 칠월편은 농사일의 고됨과 배고픔, 추위와 궁핍함을 담아낸 작품이다. 세종은 본시를 읽고 변계량과 경연하며 기존과는 다른 시각을 이야기한다. 백성의 가난한 부분만 들추고 해결 방법을 말하지 않는다면, 시를 읽는 의미는 무엇인가? 백성의 고통을 모른 체하자는 것이 아니다. 고통이 있다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답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세종의 태도는 다양한 정책을 통해서도 나타난다. 지도자는 문제인식도 중요하지만 해결방법을 제시해야한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비판이 아니라 언제나 해결방법을 제시한 사람이었다.
인간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 인간은 자신을 변형할 수 있는 수많은 인격을 가지고 있다. 악인도 선인이 될 수 있고 선인도 악인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악인이 선한 척 할 때 많은 이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세종은 이런 사람을 구분하기 위해 일은 먼저 맡겨보라 말한다. 사람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는 순간 본심이 드러난다. 호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자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본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세종의 지혜는 놀랍기만 하다. 최근 한국사회 관료들의 모습을 보면 얼굴에 쓰인 진심이 엿보인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리에 앉아있는지, 상사의 눈치를 보는지, 일에 매진하며 소신을 다하고 있는지. 겉은 공손하나 속으로 간사한 자를 가장 경계해야한다는 세종의 목소리가 묵직한 울림을 전달한다.
왕은 후대의 기록을 통해 자신의 치적을 인정받는다. 하지만 세종은 재임기간에도 관료와 백성들의 두터운 추앙을 받은 위인이었다. 본 책은 세종이 추구한 인재론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한 자기계발서다. 사람을 볼 줄 아는 방법, 마음을 얻는 법, 인재를 다루는 방법, 힘의 사용법 그리고 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조건들을 다루고 있다. 세상은 변했지만 인재상은 변하지 않았다. 인재를 보는 리더의 자격 또한 더욱 구체적이고 현실적이 되었다. 근무자흑이라는 말이 있다. 먹을 가까이하면 나 또한 검어진다는 뜻이다. 부정적인 말이 가득한 곳에 머물면 생각이 거칠어지고, 냉소적인 사람이 많은 곳에 있으면 의심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인간은 주위를 닮아간다. 흐름은 서서히 자신을 잠식시키며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인간은 변하기보다 물드는 것이라는 세종의 격언은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인생엔 수많은 실수들이 뒤따른다.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 일어서는 것, 완벽하기보다 조금씩 성장하는 것, 삶을 풍요롭게 하는 최고의 선물일 것이다. 세종대왕은 자신에 주어진 현실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끊임없이 묻고, 듣고, 고치기를 반복했던 인간이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