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인류가 성장하게 된 배경으로 상상력을 손꼽았다. 개인의 상상력이 공동체에 발현되면 꿈은 현실이 된다. 언어, 도구, 문자. 기술의 발전, 주변의 모든 것들은 누군가의 호기심과 상상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물들이다. 또 하나의 독특한 특징은 스토리다. 불확실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스토리를 구상했다. 스토리는 원인을 추적하며 결과를 예측한다. 또한 저마다의 패턴을 만들어 불확실성을 제거한다. 결국 지구의 어떤 종도 시도하기 어려웠던 생각과 사유의 선택을 통해 스스로를 진화시킨 것이다. 그런데 사유는 어디서 시작되었고 어떻게 진화되었을까?
고대 사상가와 철학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질서였을 것이다. 철학의 본원적인 질문은 자연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예측할 수 없었던 자연의 파괴적 힘은 공포와 두려움을 주었지만 인류는 상상력을 동원해 천문학과 기하학을 발전시켰다. 계층구조의 확산과 인구증가는 생산성의 증가라는 생존방식을 고민하게 되었다. 결국 질서를 갖춘 이해할 수 있는 세상이 필요하게 되었다. 철학은 순전한 인간의 필요와 요구에 의해 선택되었고 발전된 것이다. BC 8C, 그리스 시인 헤시오도스는 세계의 기원을 신들의 계보와 질서의 형성으로 노래했다. 그에게 존재란 혼돈이 질서를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였다. 혼돈이라 불리는 카오스는 단순한 무질서가 아니라 아직 구분이 되지 않는 상태, 즉 존재의 가능성이었다. 자연의 질서를 이해하는 것, 농업사회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었다.
신은 고대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절대적 근원이다. 빛과 어둠, 생명과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것인가? 눈에 보이는 것을 해석하기 위한 신의 출현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최적의 선택이었고 이는 동서양의 광대한 신화적 유산을 통해 알려져 왔다. 신에 대한 의지는 평온과 평화를 가져온다. 무엇보다 자기 선택에 대한 기준이 완성되었고 삶은 방향을 설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탈레스는 세계의 기원을 신화가 아닌 자연의 원리로 설명한다. 만물의 근원에 대한 그의 고찰은 관찰과 사유라는 과학적 방식을 출현시켰고 데모크리토스, 파르메니데스, 헤라이클레이토스등 그리스 황금기를 이끌었던 사상가들에 뛰어난 영감을 제공했다.
에페소스의 사상가, 헤라클레이토스는 모든 것은 흐른다는 판타레이를 말하며 흐름은 무작위가 아니며 서로를 파괴하지 않고 성립시킨다고 주장한다. 즉 대립은 붕괴가 아니가 긴장 속의 균형이다. 변화는 존재의 결핍이 아니라 존재의 방식이라는 판타레이는 대립과 갈등이 빈번한 인간사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생각된다. 인간이 만물의 기준이라는 인간 척도설의 주인공은 소피스트로 알려진 프로타고라스다. 그는 존재를 묻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가 무엇을 참이라 말하는가를 물었다. 동일한 사물이라도 감각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인식된다. 사물은 경험하고 판단하는 인간에 의존한다. 프로타고라스의 정의는 자신만이 옳다는 사고가 지배적인 세상에 진실이 무엇인가를 밝히고 있다.
본 책은 벤진 리드가 주도하는 디지털 휴먼기술 프로젝트인 자이언톡의 결과물이다. 벤진리드는 AI에 맞설 인간의 사유와 실천의 영역을 집성할 목적으로 인문학적 콘텐츠를 구상해왔다. 역사 속 거인들의 사유를 디지털 휴먼기술과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지적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진보적 기술을 이용해 고대인들의 사유를 직접 접할 수 있다면 어떤 결과가 도출될까? 정치는 물론 교육계에서 신선한 바람이 불 것이다. 하지만 가장 뚜렷한 이점은 인간만이 지닌 고유의 지능, 상상과 창의성, 경험의 축적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필사의 노트는 존재와 참, 사회와 힘, 인간과 삶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의 3영역을 중심으로 지식인들의 사상과 함께 철학적 깊이를 더한다. 인간은 아는 만큼 세상을 이해한다. 한 단계씩 진화하는 언어의 유희도 놀랍지만 우리의 생각이 이토록 다양하게 뻗칠 수 있다는 사유의 깊이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잉크는 종이에 닿는 순간 새로운 인식을 확장시킨다. 본 책의 더 생각하기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질문에 따라 지식의 한계를 인지하고 다시 한 번 지식인들의 사유를 되새김한다. 인류 사유의 결정적 순간을 만든 180인 사상가와의 만남, 하나의 질문을 붙잡고 한걸음씩 다가간다면, 삶의 방정식을 다시 쓸 수 있을 것이다. 필사노트는 가장 느린 방식이지만 가장 든든한 사유의 철학이 아닐까?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