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삶의 철학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권력의 정점에 선 황제 역시 개인의 인생문제에 대해선 어려움이 많았던 것 같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로마 16대 황제이자 철학자인 그는 언제나 삶의 다각적인 문제에 직면해왔다. 끊임없는 전쟁과 내전, 권력다툼과 살인, 광적인 전염병은 그의 삶을 가로막으며 재해석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당시 로마의 황제들은 대부분 권력이라는 힘을 선택했지만 철학황제에겐 이 모든 상황이 내적인 갈등, 즉 철학과 신학의 문제로 인식되었다. 그는 권력이 어떻게 사용되느냐 보다는 자신이 처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도적과 윤리문제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당시 철학은 삶의 교과서였다. 소요학파, 견유학파, 스토아학파와 같은 다수의 사상이 학문적 체계를 형성하며 수많은 철학자와 사상가를 탄생시켰다. 마르쿠스 역시 이들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그에게 있어 황제란 또 다른 삶에 대한 질문이었고 철학이었다. 마르쿠스는 어린 나이에 집정관에 오르며 명문가의 입지를 탄탄히 구축하게 된다. 명상록 제1권엔 마르쿠스가 어린 시절 자신에 영향을 주었던 다수의 지인들이 소개되어있다. 조부로부터 노예까지, 그들은 마르쿠스에게 관대함과 인내, 사랑, 절제, 연민, 배려를 보여주었고 이는 마르크스의 사상에 큰 밑거름이 되었다. 그는 언제나 실체적이고 구체적인 삶의 지혜가 필요했다.
루스티쿠스 덕분에 나는 성품을 수양하고 단련할 필요가 있음을 깨달았다.’ 당시 유행했던 수사학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학문의 본질에 다가서기위한 깨달음을 인식한 문장이다. 마르쿠스에게 배움은 삶의 현실적 문제였고 풀어야할 과제였다. 그는 삶의 다양성과 다름의 가치관을 인정해가며 철학의 기반을 구축해 갔다. ‘다른 사람의 잘못을 끊임없이 지적해서는 안 된다.’논의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내용이지만 마르쿠스는 자신에 직면했던 수많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알렉산드로스의 가르침을 쉼 없이 반복하며 되새겼을 것이다. 마르쿠스는 평생을 배움의 과정으로 여겼던 것 같다. 누구에게나 배울 준비가 되어있는지, 새삼 되새겨볼 문장들이다.
철학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신학이다. 명상록 제2권엔 신들에 의한 섭리가 자주 등장한다. 모든 것은 섭리에서 비롯된다. 마르쿠스의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해선 스토아 학파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제논에 의해 창시되고 크리시스포스에 정립되었으며 에픽테토스에 의해 확장된 스토아철학은 마르쿠스의 사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학문이다. 스토아 학파는 세계는 합리적이고 일관된 방식으로 조직되어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세계는 로고스에 의해 통제되고 지배된다. 로고스는 자연, 섭리, 신과 같은 의미를 지녔으며 우주의 모든 사건은 로고스에 따라 결정된다. 즉 인과관계가 뚜렷한 결정론적 체계다.‘세계를 다스리는 힘이 무엇이며 너는 어떤 근원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깨달아야한다.’ 마르쿠스는 필연적인 삶에 대한 목적론이 존재하며 비이성적인 삶에 대한 고뇌를 명상록을 통해 전달한다.
명상록은 마르쿠스 생전 마지막 10년을 전후로 작성되었다고 한다. 169년부터 마르쿠스에겐 엄청난 시련이 다가왔다. 삶의 고난과 갈등 속에서 그는 자신을 직시하고 삶에 대한 본원적인 질문과 성찰에 다가갔다. 하지만 세상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혼란과 고통이 가중되었다. 그는 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을 반추하고 철학자로서 갖추어야 할 삶의 품위와 태도를 잃지 않기 위해 내면을 직시했다. 명상록은 삶에 대한 기록이자 그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 놀라운 것은 그의 성찰이 2000년을 뛰어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명상록엔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 본성과 실체는 무엇이고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질문에 대한 해답이 곧 인류의 현재 모습일 것이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한다. 누구도 변화의 물결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변화가 곧 현존이다. 삶과 죽음에 맞선 마르쿠스의 위대한 서사, 명상록, 그가 전하는 삶의 메시지를 가슴깊이 새겨본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