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의 몸보다 큰 가방 메고 학교로 향하는 아이의 뒷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왜 이렇게 많이 가지고 다니냐 라고 반문해보지만 별다른 말없이 빠르게 뒤돌아서 달려갑니다. 그래, 우리도 그랬으니까. 지금이라고 뭐 다를 게 있겠어. 하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변해왔습니다. 그런데 유독 변하지 않는 곳이 있다면 교육환경인 것 같습니다. 과거엔 많은 것들이 부족하고 경쟁자들이 많아 경쟁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면 현재는 훨씬 적은 인원임에도 경쟁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훨씬 지독한 경쟁우위의 사회가 아이들에게 숨도 쉬기 어려운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1762년 루소는 서슬 퍼런 가톨릭교회의 권위가 살아있는 시대에 교육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인간을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 교육에 대한 특별한 철학이 부재했던 당시에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었고 대부분은 세습적 풍토를 벗어나기 어려웠습니다. 루소는 에밀을 통해 종교적 질서를 송두리째 흔들어버린 것입니다. 루소의 교육철학은 아이를 사회의 작은 부속품으로 만드는 교육을 거부하고 자연 속에서 자유인으로 길러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이었습니다. 루소는 합리주의를 극히 배격했습니다. 그는 인간이 지닌 개인으로서의 자유를 가장 높이 평가했고 이를 통해 자아를 성찰하길 간절히 원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의지대로 교육받고 행복을 누릴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평생 박해를 받고 추방과 망명을 반복했지만 루소의 뛰어난 철학적 성찰은 교육사상에 큰 기틀을 남기게 됩니다.
본 책은 에밀의 주요내용을 중심으로 유아기, 유년기, 소년기, 청소년기, 청년기의 완성으로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유아기 때 교육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루소는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맞닥뜨리는 환경, 습관, 감각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고 말합니다. 환경은 아이의 삶을 감싸는 첫 울타리고 습관은 반복되는 작은 선택의 축적이며, 감각은 세상을 인식하는 창이자 배움의 문입니다. 특히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자연에 의한 교육은 절대개입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합니다. 자연은 교육이 달성해야할 목표입니다. 루소는 식물의 예를 들어 식물이 곧게 자라지 못하도록 방해한다고 수액의 흐름을 바꿔놓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이를 자연적 습관이라 말하는데 인간도 좋지 않은 상태가 지속될지라도 상황이 변하면 결국 자연의 본성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루소는 교육을 습관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즉, 자연의 본성에 부합하는 아이로 기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루소의 교육철학은 자연과 연결되어있습니다. 자연은 모든 것의 기준이 되고 인간이 갖추어야 할 최고의 환경입니다. 이는 루소의 유년기의 교육에서도 강하게 드러납니다. 우린 어떤 아이를 키울 목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까? 사회 도덕적 의미가 희색 되고 변질되어가는 시기에 아이들의 삶에 무엇이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것인지 교육자들은 누구보다 가장 잘 알 것입니다. 현대사회는 자연을 만나기 위해선 번거로움 발걸음을 옮겨야 합니다. 그나마 어렸을 적 공동체를 통한 경험이 대부분이고 성장기에 접어들면서 자연은 빠르게 사라져갔습니다. 아이는 한 인간의 완성체입니다. 간혹 우리의 생각과 결정이 아이에게 세상의 모습을 반복하고 있진 않는지 질문이 필요합니다. 감각을 익히고 감정을 다루는 교육과정이 포함되어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루소는 청소년기를 이야기하면서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한 내면의 성찰을 요구합니다. 자아에 대한 발견, 타인에 대한 배려, 공동체의 일원으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보다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합니다.
18세기 유럽은 여전히 봉건주의와 종교의 색채가 강한 시기였습니다. 사회시스템에 반한다는 것은 엄청난 수모와 굴욕을 감당해야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루소는 교육이전에 인간에 대한 본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우린 어떤 인간으로 성장해야하는가? 아마도 교육의 가장 큰 모순은 성취와 성장의 딜레마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아도 성장하는 아이는 없습니다. 어떤 아이로 성장하길 원하십니까? 올바른 질문은 올바른 아이를 성장시킵니다. 우리아이에게 가장 좋은 인생의 선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