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책속의 나~
  • 손자병법
  • 손무
  • 11,700원 (10%650)
  • 2025-10-14
  • : 66,500


인간의 영욕은 지칠 줄 모르고 자기 확장의 세계를 갈망한다. 탐욕적인 정치인들은 교묘하게 민심을 자기방편의 수단으로 활용하여 대중선전의 기폭제로 사용한다. 그들은 철저히 자기 이익적이지만 평화공존이란 명분을 내세우며 감언이설로 대중을 호도한다. 그런데 그들이 주장하는 이상적인 평화가 전쟁으로 가능할까? 전쟁은 어떤 명분으로도 실체화될 수 없다. 전쟁으로 평화를 이룩한다는 전제가 허망성실이다. 전쟁 후 평화, 패권 후 안정, 혼란 후 질서, 지속될 리 만무하다. 결국 현실은 자기기만에 빠져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을 선택한다. 기원전 5세기, 백 개가 넘는 제후국들은 자신이 패후국의 주인임을 자처하며 대륙을 전쟁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500년 동안 중국대륙을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환란은 용맹한 장수와 탁월한 군주뿐만이 아니라 지략이 뛰어난 전략가와 사상가를 탄생시킨다. 워낙 많은 변수들과 이해관계가 난립하기에 전략적 판단과 사상가들의 철학은 곧 승패를 판가름할 가장 중요한 메시지였다. 춘추전국시대엔 전략가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이론들이 전쟁의 틈바구니를 파고들었다. 당시엔 공자, 노자, 맹자와 같은 동양철학을 집대성한 유수한 철학자들이 인간의 올바른 도리를 설파했으며 법가는 혼란한 세상엔 법이 가장 중요함 규정임을 역설했다. 그리고 손자는 세계 최초의 체계적 병법서인 손자병법을 세상에 내놓는다. 손자병법은 ‘중국의 직관과 통찰을 집약한 테스트’라는 헨리 키신저의 극찬을 통해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된다. 키신저는 무형의 흐름을 말하는 勢(세)를 읽고 손자병법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勢(세)는 본 책 4편의 形(형)과 짝을 이루는데 形(형)이 실질적 군사력과 물질적 역량을 말한다면 勢(세)는 무형의 정신적 역량을 의미한다. 형은 수치화가 가능하나 세는 가변적이고 비가시적이다. 키신저는 서양에 존재하지 않는 세의 확장을 군사전략의 필수적인 잠재적 에너지로 평가한다. 세는 현재 진행 중인 미중간의 무역, 관세전쟁을 통해서도 적극적으로 드러난다. 미국이 모 아니면 도라는 방식으로 몰아붙이기식 정쟁에 익숙하다면 중국은 오랜 세월에 걸쳐 세력을 확장하고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실력을 쌓아간다. 즉 직접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상대적 우위를 인내심을 가지고 축적하는 것이다. 중국굴기라는 말은 허장성세가 아니다. 키신저가 세를 통해 중국을 바라본 관점은 전쟁 자체를 필요 없게 만든다는 손자의 철학과 뜻을 같이한다. 손자는 형세를 미리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어떻게 승리 할 수 있을지를 논한다. 이는 손자병법의 핵심주제인 싸우기 전에 미리 승리하는 것과 같다.

 

손자병법은 총 13편의 6천여자로 이루어져있다. 손자병법이 역대 수많은 지도자들의 병법서로 이름을 날린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손자병법엔 전쟁의 기술뿐만이 아니라 삶의 원리를 꿰뚫는 통찰이 담겨있다. 제 1편 計(계)는 전쟁의 승패는 이미 결정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계는 계산을 뜻한다. 즉 군사적 전략으로 민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道(도)와 구체적 전술인 詭(궤)가 하나로 통합되어야 한다. 필승의 형세를 갖춘 후 싸움을 시작한다란 先勝而後求戰(선승이후구전)는 손자병법의 핵심사상이다. 전쟁의 가장 피해자는 백성이다. 전쟁은 백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재산을 파괴하며 생사의 고통을 안겨준다. 손자는 전쟁이 주는 메시지를 가장 먼저 이해하고 생각하는 것을 병법의 첫째 조건으로 보았다‘전쟁은 국가의 대사다. 수많은 사람의 생사와 국가의 존망이 달린 일이므로 반드시 신중하게 살피지 않으면 안된다.’신중은 고사하고 전쟁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드는 지도자들의 무능함과 현실정치의 부패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모든 전쟁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知彼知己(지피지기) 白戰不殆(백전불태), 제3편 謀攻(모공)편에 나오는 손자병법을 대표하는 명제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謀攻(모공)은 지략과 계책으로 적을 공격한다는 뜻이다. 또한 知勝(지승), 즉 승패를 미리알고 헤아리는 통찰력이다. 손자는 병법의 핵심 주제로 全(전)을 강조한다. 全(전)은 전쟁의 戰(전)이 아니라 완전하다, 온전하다는 의미로 싸움 없이 이기는 것을 말한다. 전은 모략으로 승리를 거둔다는 伐謀(벌모)와도 같다. 이는 손자병법이 전쟁론이 아니라 비전쟁론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온전한 승리는 아군의 피해를 줄이고 빠르게 전쟁 국면을 벗어나 안정을 찾을 수 있다. 또한 막대한 전쟁비용과 백성의 수고를 덜 수 있다. 손자는 전쟁 자체를 막고 평화를 이루는 전략을 최상 책이라 여겼던 것이다.

 

본 책은 제1편 計(계)부터 13편 用間(용간)까지 손자병법의 원문을 소개한다. 저자의 설명, 원문해석과 함께 고대 중국 고사와 역사적 교훈이 병법의 실증에 무게를 더한다. 오월동주는 스스로 비천하게 보임으로 적을 교만하게 만든다는 卑而驕之(비이교지)의 전술을 그대로 따른 사례다. 손자병법엔 노자 철학이 숨겨있다. 計(계)편에서 보았던 道(도)는 노자의 道(도)사상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전쟁의 형세를 물의 흐름에 비유한 허세는 전쟁 중 수행해야할 용병의 규율을 이야기한다. 도덕경 69장은 병서의 내용이 기록되어있다. 손자는 노자의 통찰을 통해 더욱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병법을 만든 것이다. 손자병법을 읽는 동안 세상의 흐름에 눈을 뜨게 된다. 거짓뉴스와 리더의 무능함에 대한 실체적 진실에 다가간다. 손자병법은 한번보기 아쉽다. 병법이 주는 메시지도 훌륭하지만 저자의 탁월한 해석에 마음을 빼앗긴다. 지금 시대가 춘추전국시대만큼 혼란스러울까? 하지만 형세는 변하지 않았다. 손자는 시대를 관통하는 인물이다. 손자병법을 읽어야할 이유는 너무도 많다. 곁에 두고 필독할 보고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