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스 소설 다운 결말이라고 해야할까. 독자가 기대한 이야기를 벗어낫다며 비아냥 거리는 줄리언 반스의 표정이 아른거린다. 물론, 나는 반스를 알지도 그럴다고 일면식도 없지만.. 왠지 그런 모습으로 소설을 끝마친 독자 앞에서 있을 것만 같다.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는 팽팽한 긴장의 끈을 툭 끊어버러 맥을 잃어버린 느낌이었다면, 이번 단하나의 이야기는 그럼에도 무겁게 나를 짓누는 것만 같다.
그렇다고 그 이야기를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또 완전히 그 이야기구나 하고 답도 못할 이야기. 그럼에도 나는 반스의 이런 글이 좋다.
그에게는 그녀가 과거에 어땠는지 돌아보고, 그녀를 탈환할의무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자신에 대한 의무도 있었다. 돌아보고…… 자신을 탈환하는? 무엇으로부터? 그 이후 그의 삶의 난파‘로부터? 아니, 그것은 멍청할 정도로 신파적이었다. 그의 삶은 난파한 적이 없었다. 그의심장, 그래, 그의 심장은 불로 지져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살 방도를 찾아냈으며, 그 삶을 계속했고, 그것이 그를 여기로데려왔다. 여기에서, 그는 그 자신을 한때 그랬던 모습으로 볼의무가 있었다. 이상한 일이다, 젊었을 때는 미래에 아무런 의무가 없는데, 나이가 들면 과거에 의무가 생긴다. 하필이면 자신이 바꿀수도 없는 것에.
그가 이해하게 된 또 한 가지. 그는, 현대 세계에는, 시간과장소는 이제 사랑 이야기와 관련이 없다고 상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니, 그것이 자신의 이야기에서 그가 미처 깨닫지 못했을 만큼 큰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오래되고, 지금도 계속되고, 도저히 뿌리 뽑을 수 없는 망상에 굴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연인들은 시간의 밖에있다는 망상.
조롱거리곤 했지만, 그러면 시간이 갔다. 아, 그 표현, 갑자기 수전이 조운에 관해 말하던 기억이 났다. "우리 모두 그저 안전한장소를 찾고 있을 뿐이야. 만일 그런 곳을 찾지 못하면, 그때는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배워야만 해." 그 시절에는 그 말이 절망의 권고처럼 들렸다. 그러나 이제는 정상적이고, 감정적으로 실용걱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 심지어 생각조차 하지않을 것이었다. 안 그런가? 사물이란, 한번 사라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이제 그는 그것을 알았다. 한번 날린 주먹은 거두어들일 수 없다. 한번 뱉은 말은 도로 삼킬 수 없다. 아무것도 잃지않은 듯, 아무 짓도 하지 않은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듯, 계속살아갈 수는 있다. 그걸 다 잊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우리의 가장 깊은 핵은 잊지 않는다, 그 일로 인해 우리가 영원히 바뀌어 버렸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