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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수님의 서재

특히 국내에서 진보를 자처하는 인사들조차 모든 권위를 상대화하여 무엇이든 비판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고 영미권 이론에 경도되어 정작 우리나라나 동북아시아의 역사적 맥락은 도외시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일본 제국주의가 개념화하고 극우가 새롭게 재탄생시킨 ‘헬조선‘을 오히려 진보 매체가 적극적으로 사회 비판이라는 관점에서 사용하고 있다. 현재의 상황을 보면 보수나 진보를 자칭하는 언론 매체가 일본 극우가 만들어낸 담론을 역사적 맥락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각자의 정치적 편향성에 기반하여 인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역사적 맥락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퇴행적인지, 과거 지식인 집단으로 자처했던 언론계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처럼 보인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조선 망국론‘과 ‘화려한 고대사‘라는 쌍생아가 지금까지도 진보·보수할 것 없이 대유행하고 있다. 보수라는 매체가 외세의 식민통치를 찬양하는 기획 기사를 싣는 나라, 진보라는 매체가 고대 대제국의 유사역사학을 특집으로 다루는 사회는 실로 부끄럽기 그지없다.- P118
지난 100여 년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사회과학의 객관성이란 한번도 문자 그대로의 객관을 유지한 적이 없었으며, 실제로는 제국주의 국가의 주관적 입장을 그럴듯한 미사여구로 포장해왔고,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므로 모든 경우를 일반화할 수는 없으나 일본 내 진보 그룹의 사회과학의 세례를 받고 귀국한 이들이 뉴라이트가 되는 것도 전혀 놀라운 일은 아니다. 마치 서구 근대화를 일본을 통해 배운 이들이 ‘문명개화‘를 내세우며 친일파가 되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P118
‘비판을 위한 비판‘이 자유로운 언론 활동이 아니라 ‘제국주의 시각‘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의 부끄러움은 해당 매체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그런데도 역사적 맥락은 간과하고 다른 나라의 최종 국경선이근대에 이루어졌다는 사실만 단장취의해서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앞서 제시했듯이 유럽사에서는 일반적인 국가 탄생의 기준은 적어도 동북아시아보다는 상당히 뒤쳐진다. 한국-중국의 국경 윤곽은 늦어도 15세기에는 대체로 기준이 잡혔다. 현대 중국의 영토 경계 확립 시기는 아무리 늦게 잡아도 17세기 무렵이면 충분하다. 그렇다고 해서 명·청이나 조선을 근대국가로 부르지는 않는다. 이를 통해 ‘근대‘라는 허상이 유럽사에서 얼마나 과도하게 인식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P119
공민왕대 최대 목표는 압록강 유역에 대한 안정적이고 영구적인지배였고, 이를 위해서 먼저 근거리(파사부/단동)의 적의 요충지를공파하고 향후 적의 배후까지 장거리(동녕부/요양) 기동전을 감행하였다. 이 같은 전술은 후대 세종 · 세조 · 성종 · 선조 연간에 압록강-두만강을 방어하기 위해 적(여진)의 배후지 깊숙이 원거리로 기동하는 전술의 교범처럼 쓰였다. 이후 명 · 청은 압록강 유역을 국경으로 인정하였다.-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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