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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계는 국호를 바꾸는 일을 추진하여 한편으로는 사회 전반에 새로운 체제를 구축해나갔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국호를 제시하면서 형식상으로나마 명의 위신을 세워주었다. 그러면서도 명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요동에 대한 정벌을 암암리에 추진하고 있었다. 실제로 태조 초반 정도전이 주창한 사병私兵 혁파 정책은 바로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국호 변경과 북벌은 거의 동시에 추진되었다. 이러한 사정을 모를 리 없었던 명으로서는 조선이 늘 못마땅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살펴보았듯이 ‘조선‘이라는 국호는 고려 후기에 민족체의 통합이 고양되면서 새롭게 형성된 역사의식의 소산이었다. 이것이 신유학과 결합하여 중국과 대등한 문명권을 지칭하였다. 더욱이 이는 선망의 대상이었던 중국의 고사 세계가 우리의 역사와 나란히 존재하며, 고조선을 계승한 현세의 조선왕조에서 이를 언제든지 구현할 수있고 또 초월조차 가능하다고 자신했음을 의미한다. 아득한 고조선의 영화를 내세운 조선왕조는 이렇게 역사의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이제 자국 전통에 대한 자부심과 유교적 이념을 통한 재해석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고자 했다.-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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