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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은 <복거론> ‘서설‘에서 지리, 생리, 인심, 산수라는 기준을 제시하고, 네 가지 조건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살기 좋은 땅이 아니다."라고 했다. 겉으로 보아 비중이 동등한 네 가지 기준을 장소를 평가할 때 적절히 적용하였다. 가장 중요하고도 창의적인 기준은 바로 생리였다.
청담은 생계를 유지하기에 적합한 장소를 최적의 주거지로 보았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한 걸음 나아가 재산을 축적하여 후손까지도 잘 살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장소를 찾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조선 시대 지식인이 감히 내세울 수 있는 조건이 아니었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는 조건이라도 당시에는 거의 적용하기 불가능했다. 사대부는 이익을 말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이 나온 뒤에 홍중인은 《아주잡록》에 《사대부가거처》를 초록하고 발문을 써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 글에서 "대저 사람들이 길을 잘못 들어가는 원인으로는 이익을 탐하는 것이 가장 중대하다. 향촌 사람들이 누군가를 천하게 여기고 이웃끼리 원망하는 원인 또한 오로지 여기에 있다."라며 생리를 조건으로 내세운 《택리지》의 관점을 비판하였다. 홍중인은 아예 〈복거론〉 ‘생리‘를 삭제하고 싣지 않았다. 거의 모든 사대부가 이와 같은 관점을 지닌 전통 사회에서 청담은 이단적 사유의 소유자였다.
바로 그 이단적 사유가 택리지의 독창성을 보장하고 가치를 드높인다. 사대부라 해도 마음속에는 경제적 이윤을 남기고 싶은 욕망이 숨어있는데, 이 욕망을 적극적으로 드러내 실현할 수 있는 장소를 《택리지》는 알려주었다. 관찬 지리지에서 제공해온 정보나 지식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택리지》는 전국 지방을 파악하는 근본적으로 다른 이해의 틀을 제시하여 국토를 새롭고 혁신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였다.- P30
청담은 행정 중심지보다 경제적으로 새롭게 부상하는 지역을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소개하였다. 교통과 물류 거점 지역을 부각시켰고, 한양과 떨어진 거리를 기준으로 지방을 평가하였으며, 산과 들의 접경지, 육지와 바다가 서로 통하는 경계 지역을 중시했는데 이러한 시각은 지극히 현대적이다. 생리를 중시한 청담의 사유는 독창적이고 획기적이다.-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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