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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송 변혁기 이론을 여말선초에 적용함으로써 애초의 순수한 의도와 무관하게 영미 학계에서 한국을 중국보다 500여 년 이상 늦춰진 정체된 사회로 이해하게 된 측면이 없지 않다. 당송 변혁기가 동시간대에 우리 역사에서는 10세기 나말여초羅末麗初에 해당하며, 이 시기에 동북아시아 전역에서는 당에서 송으로, 발해에서 요로, 신라에서 고려로 전환되는 막대한 사회변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시간대의 역사적 사실은 왜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하고 500여 년이나 떨어진 14세기 말 고려·조선 교체기와 비교되어야만 했을까? 또한 14-15세기 급변기에 세계 제국인 원元의 붕괴로 명과 조선이 각기 향유했던 자국 중심의 문화 운동은 어째서 동시대에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던 르네상스와 비교하면 안 되었을까? 이의 연장선에서 조선의 18세기 문물제도의 재정비를 동시대 계몽주의시대의 흐름과 비교하지 않고, 굳이 ‘문예부흥文藝復興‘으로 상정하여 서구의 14-16세기 르네상스기와 견주는방식도 과연 그 비교 대상이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다. 이러한 모순점은 지금까지 우리가 설계해오고 만들어온 역사관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이다.-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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