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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수님의 서재

칠판을 향해 있기를 대충 스무 해, 칠판을 등지고 서서 허튼소리 하기 마흔 해를 넘기니 삶이 저물었다고 말하곤 하는 처지이다. 그러나 그 사이 이른바 교훈적인 얘기를 칠판을 등지고 서서 늘어놓은 적은 없다. 지혜롭게 살아오지 못한 터수라 주제넘게 생각된 탓이다. 그럼에도 어디서 본 얘기가 아니라 삶의 길을 걸어온 사이 실감한 것을 얘기한 적이 몇 번 있다. 평생 반려의 선택과 같은 중대한 사안에 대한 소견을 요청받았을 때다. 그때 얘기한 것이 들국화 경험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근사해 보이지만 가까이 가보면 온전한 것은 찾기 어렵다, 아니 찾아지지 않는다. 사람도 그와 같아 가까이서 보면 크고 작은 흠결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명심하면 너무 완벽주의로 흘러 무던한 사람을 놓치는 경우는 생기지 않을 것이란 것이 나의 생각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사람의 선택이란 대체로 체념의 한 형식이기도 하다는 막연한 생각을 토로하고 나서 역시 주제넘다는 생각이 들어 반복하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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