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시 비가 내렸고 노란 우산이 생겼어요.
즐비한 차량을 높은 건물 차창 밖 아래에 두고 책장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읽는 건 굉장히 매혹적인 일이고, 생각과 마음을 새로 짓는 일로 여겨졌어요.
특히. 좋은 글은 나를 더 행복하게 하지요.

시의 수필집을 읽는다는 것은
그 시인을 읽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과연,
읽혀지는 그 시인은 수줍지 않을까요.
수줍지 않아서 수필도 쓸 수 있는 걸까요,
아니면 수줍지 않은 이야기만 쓰는 걸까요.
그렇지도 않다면 수줍은 이야기가 그에게는 수줍지지 않은 걸까요.

내가 시인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했어요.
맨 마지막 장, 아무 것도 쓰여지지 않은 공백을 보면서. 과연 나는 무엇이라도, 쓸 수 있을까 싶었지요.
나는 열 살때. 시를 쓰지않고 무엇을 했던 건가 싶기도 했어요.
시를 쓰지 않았던 세상의 모든 열 살들은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하고..

글들이.,
가까운 곳에 두고 자꾸자꾸 읽게 만들어요.
ㅡ기꺼이. 나를 내려놓고. 읽음.

박후기 시인의 첫 산문집
<나에게서 내리고 싶은 날>
(문학세계사)
삶의 굴곡에서 찾아낸 감성적 순간을 포착한 사진과, 그 결정적 순간의 단 상을 글로 섬세하게 그려낸 사진산문집이다. 박후기 시인은 힘들고 남루한 생활 속에서 멀어지고 지워진 것들, 바삐 지나오며 우리가 잊은 것들, 그리고 이미 존재하지 않는 것들마저 탁월한 감성으로 우리 앞에 되살려 놓는다. 지난 10년 간 시를 통해 처연한 경험의 미학을 보여 준 박후기 시인은 한 손엔 펜을, 다른 한 손엔 카메라를 들고 이번 산문집에서 삶의 비애와 진실이 담긴 쓸쓸한 풍경들을 따스하고 투명하게 펼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