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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fragrance님의 서재
  • 드디어 만나는 해부학 수업
  • 케빈 랭포드
  • 17,910원 (10%990)
  • 2025-06-30
  • : 19,557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해부학을 진짜 좋아한다. 사실은 분류학을 좋아했지만, 암기의 압박에 굴복해 포기한 이후 그나마 암기가 적은 해부학 교양서를 보면 일단 읽고 보는 편이다. 그래서 이 책도 자연스럽게 손에 들었다. 제목은 《드디어 만나는 해부학 수업》. 제목부터 ‘교양과목’의 느낌이 물씬 나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했지만, 꽤 깊이 있게 다뤄서 한 장 한 장이 진짜 '수업' 같다.

책의 첫 시작은 의외로 미시적인 부분이다. 바로 ‘세포’의 화학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해부학과 생리학은 구조와 기능이라는 두 축으로 이해해야 하며, 그 시작은 세포의 화학작용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근육, 뼈, 심장 같은 기관 이야기는 꽤 나중에나 나온다. 대신 원자, 분자, 전자껍질, 수소 결합 같은 이야기부터 차근차근 설명해나가는데, 고등학교 때 화학 수업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 많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어렵다는 느낌보다는, “아 이래서 내 몸이 돌아가는구나!” 싶은 순간이 자주 온다. 가령, 물 분자의 수소결합이 DNA 이중나선의 구조 유지에까지 관여한다는 이야기라든가, pH 농도가 몸의 기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몸이 이를 정교하게 조절한다는 설명은 꽤나 인상 깊었다.

책은 이후 피부와 머리카락, 손톱 같은 구조를 시작으로 뼈대와 근육, 신경계, 감각계, 순환계, 면역계, 소화계, 호흡계, 내분비계, 배설계, 생식계까지 주요 기관계(system)들을 일일이 살펴본다. 단순히 장기의 구조나 이름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각각이 어떻게 작동하며 서로 어떤 관계를 맺는지를 알려주는 방식이라 훨씬 유기적이고 재밌다. 예를 들어, 심장의 4개 방이 어떻게 피를 순환시키는지, 간단한 압력 변화와 판막 구조로 그 모든 일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면 진짜 감탄하게 된다. 신경전달물질이 시냅스를 통해 움직이는 과정이나, 감각기관이 자극을 전기신호로 변환해 뇌에 전달하는 구조는 마치 영화 한 장면을 보는 듯 묘사된다.

가장 좋았던 건, 이 모든 설명들이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져 있다는 점이다. 물론 용어나 구조가 익숙지 않은 사람에겐 한 번에 훅 들어오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문장 곳곳에 재치 있는 비유와 쉬운 설명이 버티고 있어서,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 몸의 내부지도를 손에 쥐고 있는 느낌이다. 저자 케빈 랭포드는 생물학 박사 출신으로, 수년간 대학에서 해부학과 생리학을 가르쳤다고 한다. 책 전체에 흐르는 설명의 톤이나 구성 방식에서 정말 '가르치는 일에 진심인 사람'의 내공이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이런 책으로 스터디를 해보고 싶다. 해부학 전공자 한 명 모셔두고 괴롭히면서 ㅎㅎ 농담 같지만, 진심이다. 이 책은 단순히 한 번 읽고 마는 책이 아니다.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참고하고, 내가 사는 몸에 대해 한 번 더 질문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책장에 소장가치 충분하고, 자주 꺼내볼수록 내 몸 건강이 좋아질 책.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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