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처음 제목을 보고는 ‘꾸준함’이나 ‘우직함’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인가 보다 생각했다. 요즘처럼 휘발성 높은 시대에 ‘그냥 계속하는 힘’이라니, 왠지 묵직한 울림을 줄 것 같았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며 든 인상은 오히려 그 반대였다. 저자는 수능을 네 번 보고, 세 번의 대학교 입학과 자퇴, 몇 차례의 직장생활과 퇴사, 변리사 시험 도전, 그리고 또 다른 새 출발들을 반복한다. 무엇 하나 ‘끝까지’ 매달려본 경험보다는, 끊임없이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해 본 경험이 더 많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렇기에 이 책은 아이러니하게도 ‘계속하는 힘’을 이야기하면서도 그 힘의 실체보다는 그것에 대한 ‘갈망’이나 ‘모색’에 가까워 보인다. 저자가 말하는 ‘계속함’은 거대한 서사라기보다는, 흔들림 속에서 어쨌든 무언가를 다시 붙잡아보려는 움직임에 가깝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지금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계속함'의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책의 전반적인 구성은 에세이 형식이다. 저자가 자신이 지나온 길과 감정들을 진솔하게 풀어놓는다. 수능 준비생이었을 때의 절박함,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느꼈던 공허, 자격증 공부 중의 외로움, 그리고 그 와중에도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뭘까’를 끝없이 되묻는 모습들이 담겨 있다. 특별한 해답이나 정해진 결론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자기 삶을 계속해서 다시 그려보려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오히려 저자의 그런 ‘우직하지 않음’이다. 흔히 우리가 기대하는 성공 서사의 정반대 지점에서, 성공하지 않았더라도, 끝까지 가지 못했더라도, ‘계속 시도해온 사람’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묘한 진정성이 느껴진다. 그 진정성은, 요즘 유행하는 ‘자기계발서’의 성공법칙과는 조금 다른 온기를 전해준다.
물론 아쉬움도 있었다. 단편적인 경험과 감정들이 반복되다 보니, 독자로서 느낄 수 있는 내러티브의 탄탄함은 부족했다. 때로는 ‘그래서 지금은 어떤 지점에 와 있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기도 했다. 여러 에피소드들이 마치 머물지 않고 스쳐가는 인상이라, ‘계속함’이라는 제목에 어울리는 깊은 통찰을 기대했던 입장에서는 다소 겉도는 느낌도 들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쉽게 말할 수 없는 ‘계속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냥 계속하는 힘’이란, 누군가에게는 성공의 기반일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저 하루하루 살아내는 힘일 수도 있다. 이 책은 바로 후자의 위치에서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나는 끝까지 하지 못했지만, 다시 시작하려고 했던 수많은 순간이 있었다’고. 그것만으로도, 지금 삶이 흔들리는 누군가에게는 의미 있는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컸던 책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책 한 권을 쉽게 쓸 수 있는 시대에, ‘어떤 마음으로 책을 쓰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진정성’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해 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