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황규진의 운명이라는 착각은 ‘운명처럼 느껴지는 관계’가 사실은 사랑폭력, 가스라이팅, 데이트폭력 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하며, 그런 관계에 빠진 이들이 스스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심리 상담 안내서다. 먼저 ‘나르시시스트(narcissist)’의 심리 기제와 그들이 사용하는 조종·통제의 수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내가 다 잘못했어” 하며 스스로를 낮추어 상대방의 동정심과 책임감을 끌어내거나, 반복적인 감정 롤러코스터 — ‘사랑 → 후회 → 사과 → 되풀이’ 같은 패턴 — 로 피해자를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점을 상세히 알려준다. 이후에는 잘못된 관계를 멈추기 위해 필요한 행동 지침과 마인드셋을 중심으로, 상담소장다운 현실적인 조언이 중심이다.
저자 황규진은 심리학자이자 상담소장으로, 특히 연인·부부·가족 관계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폭력과 통제 문제를 깊이 있게 다뤄왔다. 이번 책은 그 연장선상에서, ‘누군가에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피해자에게 조심스럽고도 실질적인 손길을 내미는 역할을 한다. 나르시시스트의 심리 탐색에서 끝나지 않고, 잘못된 관계 속에서 살아가다 발을 빼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탈출의 문을 세세하게 열어주려는 의도가 잘 드러난다.
이 책을 신청할까 망설였던 당신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나 역시 “이게 과연 나에게도 필요한 책일까?”라는 의문이 있었지만, 마지막에는 호기심이 나를 이끌었다. ‘도대체 왜, 누가 봐도 뻔한 관계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걸까?’ 하고 말이다. 읽고 나면, 그 답을 어느 정도 얻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문제의 근본적 원인보다는 행동 지침을 중심으로 삼아, 실제로 어떻게 탈출할 수 있는지 정성스럽게 안내한다. 주변에 고통을 겪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살짝 건네거나, 직접 오지랖을 부려서라도 내용을 나눠주고 싶다. 가장 행복해야 할 순간에 지옥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빨리 그곳에서 벗어나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