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들고양이처럼 버려지고 어른들은 자기도 이해하지 못하는 말을, 자기에게 하고 싶은 말을 충고나 위로랍시고 아이들에게 늘어놓는다. 버려진 아이들은 그들에게 아무것도 기대하거나 기다리지 않는다.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기다리지 않는다. 아이들이 기대하며 기다리는 것은 기댈 수 있는 몸과 살이고, 어른들은 아이들이 살과 살을 맞대고 있는 것을, 몸과 몸을 기대고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그것은 어리석거나 불온하다고. 그들의 말이 맞다면, 이 세계가 그들의 것이라면 구와 담은 실패할 것이다. 실패하고 실패할 것이다. 영원히, 죽을 때까지, 죽어서도 실패할 것이다. 실패했다는 것조차 잊혀질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이 소설도 자꾸 노래가 되려 한다. 노래가 되버린 소설의 목록에 이 책을 꽂을 것이다. 노래 제목은 나를 잊었나요 라고 하자.
함께 하던 어느 날 구와 나 사이에 끈기 있고 질펀한 감정 한 방울이 똑 떨어졌다. 우리의 모난 부분을 메워주는 퍼즐처럼, 뼈와 뼈 사이의 연골처럼, 그것은 아주 서서히 자라며 구와 나의 모나고 모자란 부분에 제 몸을 맞춰가다 어느 날 딱 맞아떨어지게 된 것이다. 딱 맞아떨어지며 그런 소리를 낸 것이다.
너와 나는 죽을 때까지 함께하겠네.
함께 있지 않더라도 함께하겠네.
얼마간은 그런 확신으로 구를 기다렸다.
또 얼마간은 이모 말을 따라하며 구를 기다렸다.
지나면 그뿐.
지나면 그뿐.
얼마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나는 결국 무엇이 지나가길 기다리는지도 모르게 되었다.
구를 기다리는 시간인지, 구인지.
(84-85)
그러네. 우리는 <죽을 때까지 함께하겠네, 함께 있지 않더라도 함께하겠네> 와 <지나면 그뿐, 지나면 그뿐> 사이에서 오락가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