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순은 진짜 웃겼다. 최근에 읽은 가장 웃긴 소설이었다.
고양이의 보은도 꽤 웃겼는데, 그래도 몬순이 가장 웃겼다. 작가의 유머가 일취월장했다.
작가의 말도 꽤 웃겼는데, '웃겼다'라는 말을 반복하다보니, 이 단어가 낯설어진다. '웃겼다'는 건 말 그대로 '웃겼다'는 뜻이다. 다른, 이중의, 반어적인, 그런 뜻이 아니다. 마지막 문장을 옮겨보자.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이 책에 씌어진 문장들을 통해 자신들의 시간과 공간을-아주 잠시라도-마주하게 되기를 지금의 나는 온 마음을 다해 바라고 있다."
마주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사실 나는 며칠 전부터 '마주치다'라는 단어를 머리속에서 굴리고 있는 참이다. 마주치다, 서로 닿았다가 지나가는 것. 그 한 점의 시공간을 생각하는 건 기적과도 같은 것이어서, 마주침을 생각하는 건 언제나 지나치다. 지나치다는 생각을 한다. 너무 지나쳐. 그건 너무 지나친 행동이야. 그렇게 생각하는 건 너무 지나쳐. 기억할 만한 지나침이란 지나침이며, 지나침이다. 그 지나침을 기억하는 건 지나친 일이지. 그건 그냥 지나침이니까, 기억하는 건 지나친 일이지. 그렇지만 우리는 그 지나침을 기억하고 다시 생각하고 다시 해석하고 그렇게 지나치게 마주하다보면 결국 지나쳐버리고 마는 거지. 그러니까 마주하는 건 언제나 지나치는 걸 전제로 하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마주침이다. 다른 방향과 속도를 가진 두 개의 선이 부딪히는 점으로서의 마주침이다.
어쨌든 집이 있는 고양이들에게 세금을 매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