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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파파님의 서재

#1. 2014년 4월에

2014년 4월 16일은 절망의 날이었다. 대한민국에서 부모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슬픔을 넘어선 처절한 고통을 남긴 날. 도대체 그날 '대한민국'은 어디에서 무엇을 했을까? 세월호의 비극이 마치 선주 일가의 비리로 전가되고,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사이 팽목항에서는 어느 누구도 돌아오지 못했다. 간절했었던 희망과 기도의 시간들은 남겨진 가족들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가 되었다.

 

신속한 결단력과 국민을 사랑하는 리더의 부재와 위기시스템의 실종은 대한민국을 ‘나라 아닌 나라’로 만들었다. 살아가는 동기를 잃어버린 부모들을 바라보는 우리 모두는 분노를 가슴에 안고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누구를 향한 분노일까?

 

세월호의 아픔을 가슴으로 새기며, 묻는다.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2. 2015년 6월에

2015년 6월 대한민국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는 목이 마르다. 이 목마름은 아무리 많은 물을 마셔도 해소되지 않는다. 주위를 기어 다니는 집단감염의 불안감과 무대책·무능력한 정부로 인한 분노는 이제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다. 휴업과 수업재개를 고민하는 교육부 수장의 고뇌어린 발표에도 신뢰라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의 갈증과 불신의 근원에는 껍데기만 남은 국가가 있다.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은 진부하지만 본질적이다. 이 질문범위를 축소한다면,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이다. 동일한 의문을 지난 세월호 사건 때 가졌으나 정작 고민해야할 주체는 무기력하게도 답이 없다. 지난 과오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결정을 내려야 할 주체가 경험과 혜안이 없거나 지나간 과거에서 소중한 교훈을 얻지 못했다면 그 조직이나 단체는 불행한 것이다. 지금 우리가, 대한민국이 그렇다.

 

 

#3. 2015년 12월에

올해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정치인들은 역시나 우리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그저 실망만 남을 뿐이고, ‘헬조선’에서는 자조가 일상이 된지 오래다. 현재 진행형인 역사교육 국정화 시도는 올해의 최고 웃기는 해외토픽감 1순위다.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는 개념 없음의 소치다.

 

저출산 문제에 대한 해법을 공약하고 당선된 이의 이행은 어떠한가? 국가백년대계의 기본인 아이들을 위한 보육(예산)을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는 심보는 또 무엇인가? 저출산으로 발생 가능한 수많은 문제(재앙)를 어찌 감당하려고 하는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밥그릇 싸움에 바쁜 여의도의 한량들에게 고액 연봉과 명예는 가당키나 한 것인가? 이미 그들은 국민의 대표가 아니다. 그저 그런 직업인일 뿐이다.

 

틈만 나면 국회와 공무원들과 국민을 협박하는 심판론자는 진정 신적인 존재인가? 이 대한민국이 자신의 것인가? 국민을 볼모로 국회를, 우주론적 모호함을 전제로 국민을 겁박하는 저의는 무엇인가? 그 속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신념은 존재하는 것인가?

 

어떠한 경우에도 한 개인이 국가일수도 없고 국가여서도 안 된다. 그 개인이 국가를 자신의 뜻대로 이끌어서도 안 된다. 적어도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국민을 위한 행위를 하여야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2015년 연말에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민주공화국이라는 말을 꺼내기조차 부끄럽다.

 

해가 바뀌기 전에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왜’ 존재하는가?

이 나라는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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