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달보드레
  • 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
  • 이윤하
  • 14,400원 (10%800)
  • 2023-01-17
  • : 413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붓과 검이 맺은 기이한 인연…

마법의 문양으로 살아 움직이는 자동인형과 기계 용이 꿈을 꾸는 세계❞


♡ ⋆⁺₊⋆ ☾⋆⁺₊⋆ ♡̷̷̷ ⋆⁺₊⋆ ☾⋆⁺₊⋆


책장을 덮고 나니 조예은 작가님의 추천사에 쓰인 구절이 더욱 와닿는 듯했다. '중요한 건 그들이 낙원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날기를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지는 신화가 되기를 바란다. 책장을 덮자마자 다음 장면이 간절해졌다. 이 익숙하고도 낯선 세계를 더 보고 싶다.' 나 또한 그랬다. 『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는 라잔 제국에 지배당하고 있는 국가 화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라잔인들이 내어준 현대 복식은 양복의 도입을, 라잔 총독부에서 라잔식 개명을 권유하는 것은 창씨개명을 쉽게 떠올리도록 했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과 대한민국의 관계를 라잔 제국과 화국으로 상징화하면서, 동시에 자동인형과 마법의 문양, 구미호, 검투사, 달나라 등 섞이기 어려울 법한 여러 가지 픽션적 요소들을 치밀하게 결합시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소설이다. 주인공 제비의 언니 봉숭아와 형부 지아는 라잔식 개명을 반대하거나 직접 무장 독립 운동의 현장에 뛰어드는 등, 독립을 위해 열렬히 제 몸을 바치는 사람들이었다. 그에 반해 제비는 적극적인 독립 운동가가 아니었다. 그녀는 필요에 따라 라잔의 문물을 받아들이고, 라잔의 것이라 해서 무조건 적대감을 가지지 않았다. 그러나 제비가 독립에 대한 마음을 품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라잔의 것을 받아들이는 순간순간에도 제비는 화국인으로서의 자유와 화국의 것을 그리워하고 여러 번 곱씹는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지탱하던 것들을 지키기 위해 라잔의 것을 택하게 되었으나, 결국은 조국의 독립 운동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그래서 제비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과거를 바라보는 하나의 방식'을 인물로서 상징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를 관통하는 가치는 사랑이며 애정이고 결국 마음이다. 예술에 대한 마음, 꿈에 대한 마음, 삶에 대한 마음, 기계 용이 가진 마음, 연인에 대한 마음… 그 마음들이 얽히고설켜있기에 제비는 라잔 제국의 사람들을 무조건적으로 증오하지 않고, 화국 사람들이 언제나 옳다고 생각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거대한 독립투쟁의 역사 속에서 개개인의 수많은 마음들이 지워지고 가려졌다. 그 시대를 살아가던 개인이 어떤 꿈과 열정을 가지고 어떤 마음으로 겨우 살아남아야 했으며 또 어째서 스러져가는 조국을 향해 발길 돌릴 수밖에 없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를 읽고 난 뒤에도, 명확히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 이야기는 명백한 역사적 배경을 다루고 있으나… 동시에 제비라는, 그 시대를 살아갔던 평범한 개인을 조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속에 품은 이 마음과 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라지는 마음과 생겨나는 마음을 거쳐가며 성장하는 사람과 사람을. 국가가 없다면 개인 또한 존재하기 어려운 세상이지만, 크게 쓰이는 역사의 뒤안길로 바래고 침잠해버린 각자의 욕망 또한 무시해서는 안 되는 존재일 테다. 그리고 제비와 베이가 맞이한 결말은, 어쩌면 그럼으로써 '이 세계에 남은 희망'과 '(어느 곳에서든) 지속되는 갈망'에 대한 상징이자 해석일지도 모른다.

 『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 라는 제목 또한 이 이야기가 전하고자 하는 마음의 형상화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투쟁하고자 사랑하고, 사랑하고자 투쟁할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마지막까지 남은 염원. 봉황색이란, 그런 내면을 구체화한 빛깔이 아닐까. 덧그려진 그들의 색채가 오랫동안 이어지길 끊임없이 바란다.


♡ ⋆⁺₊⋆ ☾⋆⁺₊⋆ ♡̷̷̷ ⋆⁺₊⋆ ☾⋆⁺₊⋆


▶ 동아시아 서포터즈 7기 활동을 위해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리뷰는 개인의 주관적 시각에서 쓰였습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