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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알리바바님의 서재
  • 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
  • 아오키 미아코
  • 15,120원 (10%840)
  • 2025-03-14
  • : 3,021

지난번에 저희가모임인 살아가기 위한 판타지 모임‘에서 이 책을 함께 읽었을 때, 누군가가 "초반에 주요 인물이 좀처럼 등장하지 않아서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 게 답답했어요. 예전에 읽기를 포기했던 건 느린 초반 전개를 견디지 못해서였는지도 몰라요‘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자 이 이야기가 새롭게 보였습니다.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의 스토리에는 ‘시간‘이라는 커다란 테마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 스토리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구조 자체에도 ‘시간‘이 포함되어 있는 듯합니다. 주인공 톰은 이야기 속에서 "이렇게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시간‘을 가지고 있다고. 물론 대부분은 누구의 ‘시간‘이든 모두 마찬가지로 커다란 ‘시간‘
속의 작은 부분일 뿐이지만"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P56
이렇게 루차 리브로는 건물 안쪽만 도서관으로 여기지않고 밭과 삼나무 숲, 밭에서 언덕을 내려가면 있는 강도서관을 둘러싼 산과 들까지 모두 도서관 별채로 생각하고있습니다. 특히 여름에는 도서관 안이 찌는 듯이 더워서•적한 독서 환경이라고 할 수 없기에, 강가로 내려가 강물에발을 담그고 책을 읽으라고 권합니다. 겨울에는 한 방에 도여 일부분만 난방을 하는 편이 효율적이어서 공간이 확압축됩니다. 이처럼 공간이 계절에 맞춰 늘었다 줄었다 하는것도 저희 도서관의 특징입니다.- P62
몇 년 뒤에 문득 생각이 나서 이 책을 집어 들고 이 구절을 다시 읽었을 때, 장터라는 형태는 아니지만 루차 리브로가 조제 보베의 마을 시장처럼 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희는 일상 속 생각을 ‘오므라이스 라디오‘라는 인터넷 라디오로 방송하거나 책으로 쓰는 것 외에도 저희가 일어온 책을 도서관에서 대출하는 생활의 나눔을 실천하고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수확물이 너무 많아서 나눠주고 싶다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며, 저희 나름의 방식으로 사회와지속적인 관계를 맺어나가고자 하는 마음의 표현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라디오 청취자들이나 도서관에 오는 사람들이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저희에게 무언가를 되돌려줍니다. 시를 지어서 보내주고, 수확한 야채를 가져다주고, 루차 리브로의 간판을 만들어주고, 시간을 함께 보내주고, 길에서 주운 소형 라디오를 가져와주고,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청소를 도와주고, 자신의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해주는 등 실로 다채로운 방식의 답례를 날- P66
저를 혼자 여행하게 만든 손님이 또 한 명 있습니다. 간토지방에 살면서 서고가 있는 카페를 운영하는 K 씨입니다.
K씨는 저와 남편의 첫 공저 <피안의 도서관: 우리가 한 ‘이주‘의 형태>를 읽고 오므라이스 라디오를 듣기 시작하여 지금은 열혈 청취자가 되었습니다. - P72
사실 이 숲은 제가 서 있는 입구에서는 전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거대합니다. 도서관에서 장서를구축할 때는 머릿속 어딘가에 ‘공동 보존‘이라는 의식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한 도서관의 장서 구축뿐만 아니라 ‘이시리즈는 이 부근에서 우리 도서관에만 있으니까 처분하지말자‘라거나 ‘그 책은 ㅇㅇ 도서관에 있으니까 읽고 싶다는사람이 나타나면 그쪽으로 안내하자‘는 식으로, 도서관 전체라는 광대한 숲을 상정해 뿌리를 뻗고 가지와 잎을 펼칩니다. 숲속 생태계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지도 모릅니다. 저희 도서관에 장서가 빠짐없이 갖추어져 있는지보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어딘가에는 소장되어 있다‘는 데 중점을 두는 것입니다. 그것이 설령 외국 도서관이라 해도 느낌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도서관과 도서관은 연결되어있으니까요. 지금은 사설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으니 시스템상 다른 도서관과 연결되어 있지는 않지만, 장서를 구축할 때면 다른 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소장하고 있는지 의식합니다.- P78
제가 갈근탕으로 여기는 세 작품을 늘어놓고 보니 공통점이 눈에 띕니다. 할 수 없는 것, 즉 불가능성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점입니다. 「말해도 말해도』는 무언가 못하는 게 있는 사람들이 주인공 미쓰바에게 와서 라쿠고를- P82
배우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이고, 애초에 그 출발점에는 미쓰바 자신이 라쿠고 전문가로서 껍질을 깨고 나오지 못해슬럼프를 겪는 중이라는 상황이 있습니다. 걸으면서 시작되는 일』에서 소개한 두 글에서도 작가가 마음이 병들지 않은 채로는 이 세상을 살아가지 못하는 친구들로부터 연락을 받고 전철을 탑니다. 또 「센바센터빌딩 만화에서는 "그때그때 그리고 싶은 것만 그릴 수 있거든요" 하고 의뢰를 거절함으로써 작가가 자신의 우울증을 센바센터빌딩에 겹치는 신기하게도 마음을 사로잡는 홍보 만화가 전개됩니다.
루차 리브로의 서가에는 이런 책들이 꽂혀 있습니다. 도서관에 온 사람들이 이런 서가를 둘러보고 나서 고민거리나 힘든 점을 조금씩 이야기해줄 때가 있습니다. 서가에 ‘할수 있는 것‘이나 ‘무한히 펼쳐지는 가능성‘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만 가득했다면 그런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지도모릅니다. 불가능성에서 출발하는 책이 꽂혀 있는 서가가조그만 목소리로 말을 걸기 때문에, 그들도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들이 저에게 털어놓는고민거리나 힘든 점 역시 ‘도무지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자신의 몸과 시간을 지금의 일에 모조리 바치는 건 납득할 수없다거나, 수업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거나, 구직 활동에 의- P83
그문을 느껴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거나 하는 것이지요.
•들 대부분은 그런 일이 어렵거나 뜻대로 되지 않아서 힘들•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소리 내어 했다면, 그다음에는 제가 추천하는 갈근탕 책을 읽어보길 바랍니다.
이 세상에는 불가능성으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가 존재하고 그것은 매우 풍부하고도 본질적인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지금 루차 리브로의 서가는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도 좋아‘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더 나아가 할 수 없는 것이야말로 시작이야‘라는 메시지가 되어 할 수 없는 것을 즐겁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면 더욱 좋지 않을까요. 그러려면 서가에서 배어 나온갈근탕의 효능이 사회 전체로 퍼져나가 언제든 할 수 없는것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도 된다고, 불가능성에 가능성이 숨어 있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오늘도 서가에 할 수 없는 것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살며시 꽂아두고 필요한 누군가에게 건넵니다. 서가에서 멀리멀리 퍼져나갈 효능을 상상하면서.- P84
이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어째서 유령의 시선으로세상을 보는가?‘라는 질문에 답해보자면, 저에게는 유령이나 큰 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다는 것보다 ‘저 사람은 유령이야 이편이 아닌 저편. 뭐라고 외치는 것 같지만......‘ 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없애려는 쪽이 훨씬 더 무섭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떠오릅니다. 저도 언제 물질적 혹은 사회적으로 유령이 될는지 모릅니다. 누구라도 우연찮게 저편에 설가능성이 있습니다. 절대적으로 이편, 인간 편에 계속 설 수있다는 자신감 같은 건 조금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유령 쪽에서 생각해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게다가유령의 입장에서는 이편이 ‘저편‘이니까요.- P120
저는 관리하는 쪽이 제 눈앞에서 선을 그을 때 아무것도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마음가짐조차 내비치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폭력성을 시인하고, 폭력성을 내포한 장소를 강화하거나 함께 구축하는행동이었다는 사실을 훗날 독서회 때 깨달았습니다. 저는책을 압수당한 것에 대해 더욱 반발하거나 슬퍼하거나 화내는 등 제대로 반응해야 했습니다. 제가 그것을 다 이해한다는 양 잠자코 받아들임으로써 그 폭력성이 다음에 올 다른 누군가에게도 발현되리라는 점까지 생각해야 했다고 후회했습니다.-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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