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시간가치를 무시하면 일어나는 일금리에 관한 5000년 넘는 인류의 역사를 다룬 에드워드 챈슬러Edward Chancellor의 <금리의 역습>에서는 금리를 다소 독특한 개념으로설명한다. 금리를 바로 시간의 가치로 계산한 것이다. 1년 후의 1억원과 지금의 1억 원을 선택하라고 하면, 모든 사람이 지금의 1억원을 선택할 것이다. 왜냐하면 미래의 1억 원은 1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1억이라는 돈이 1년의 세월을 기다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금리라고 한 것은 오스트리아학파 중심의금리에 대한 해석이다. 따라서 금리는 이론상 절대 제로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제로라는 것은 시간가치가 제로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금리가 제로가 된다면 오늘의 1억이나 1년 후의 1억이나 같은 가치라는 의미이고, 결국 시간이라는 개념이 사라지는 셈이다.
그러나 인간은 영생하지 않기에 또 시간은 항상 앞으로 흐르기에시간가치란 소중하고 가치가 없을 수 없다.- P44
금리가 시간의 가치라는 개념으로 경제를 바라본다면 많은 것들이 이해된다. 금리는 제로일 수 없고,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는 말 그대로 ‘인위적 제로금리를 이미 경험했다. 당시 처음으로 제로금리를 추진할 때는 과연 금리를 제로로 갈 수 있는지에 관한 논쟁이 치열했는데 이후 금리는제로를 넘어 ‘마이너스 금리‘ 구간까지 가기 시작했다.
시간의 가치가 제로에 수렴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금리의역습>을 쓴 에드워드 챈슬러는 역사적으로 인류가 금리가 낮을 때했었던 일들을 상세히 서술한다. 먼저 초창기에는 낮은 금리로 할수 있는 것 중 수십 년 이상 걸리는 대규모 기반 시설 등을 건설한다. 국가나 대륙을 연결하는 대운하나 해저터널을 포함한 공사들,
인류를 달로 보내는 프로젝트, 혹은 화성 탐사계획이나 시간이 수십년 혹은 그 이상 걸리더라도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투자가 일어난다. 왜? 금리가 낮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시간의 가치가 낮아지고, 시간의 가치가 낮다면 100년 후까지 내다보는 사업을 할 근거가 충분해지니까 말이다.
두 번째는 이보다 좀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데, 자산 시장이 크게 상승한다. 은행에 자금을 예치해도 금리가 제로이므로, 돈은 은행으로 가지 못하고 무언가 수익을 조금이라도 내는 곳으로 향하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주식과 부동산, 그리고 채권이다. 채권이야 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낮아지고 금리가 내리면 가격이 올라가45
는 관계여서 직관적이다. 다른 자산도 상승하는데 주식에는 배당소득이 있고, 부동산도 임대소득이 나오고, 이런 소득이 일단 제로이만 아니라면 은행 예금보다는 좋은 것이 된다. 따라서 금리가 제로가 되면서 시장의 모든 자산은 과열로 치닫는다. 이러한 과정을 위리 인류는 여러 차례 경험하였으나, 금리가 말 그대로 완전히 제로까지 간 적은 없었다. 그러나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이 말 그대로 제로금리를 매우 오래 유지하는 동안에 시장에서는 소위 ‘모든 것이 버블‘이라는 버블을 잉태했고, 코로나19 기간을 거쳐서 다시 제로금리가 되면서 완전히 자산 가격이 슈퍼 버블로 치솟았다.
미술품도 초고가로 거래되고, 디지털 자산인 NFT, 암호화폐 등도마찬가지였다. 유사 이래 모든 자산이 동시에 버블로 치솟았던 적은 말 그대로 처음이었는데, 이것이 역사상 처음인 제로금리가 만들어낸 위력이었다. 제로금리는 시간 가치를 제로로 만드는 이론상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현실화해버렸다.- P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