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은 시간
feelingnote 2025/07/05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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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늦은 시간
- 클레어 키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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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0) - 2025-07-03
: 37,865
우리가 아는 것, 항상 알았던 것, /
피할 수 없지만 받아들일 수도 없는 것은 / 옷장만큼이나 명백하다. / 한쪽은 사라져야 한다.
필립 라킨, <새벽의 노래>🪹
"한쪽은 사라져야 한다."는 필립 라킨 시의 마지막 한 줄이 이 책에 실린 세 편의 단편을 가장 잘 표현한 것 같아서 소름이 끼쳤다. 너무 와닿았기에.
🤎[너무 늦은 시간]
주말마다 만남을 가졌던 카헐과 사빈은 결혼을 약속한다. 결혼이란 능숙하고 쉽게, 애정을 담아서 요리를 하던 그녀와 그저 저녁을 함께 먹고, 아침에 같이 일어난다고만 생각했던 카헐은 현실의 벽 앞에서 당황하고.
사빈은 그가 일했던 회사의 여자 동료들의 말을 빌어, 그동안 지켜본 카헐이 여성혐오자임을 애둘러 표현하는데. 카헐은 알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에 비친 자신의 추한 모습을.
그러나 모든 책임을 자신이 아닌 상대에게서 찾으려는 듯, 내뱉은 욕지거리가 앞으로도 그는 결코 변하지 않을 것임을 말해주는 듯했다.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
애킬섬 하인리히 뵐 하우스의 레지더스 프로그램에 선정된 여성 작가가 주인공. 한적한 곳에서 작업할 수 있다는 설렘도 잠시, 독일인 교수라는 한 남자가 나타나 그녀의 하루를 흔들어 버린다.
"우리는 글을 쓸 수가 없어서 그런는 건데, 그런데 당신은 작가라면서 하인리히 뵐의 집에서 케이크나 만들고 있군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여기 오고 싶어 한다던 독일인 교수의 말을, 그가 그녀의 케이크를 얼마나 게걸스럽게 먹었는지를 생각하며 그녀는 글을 써내려 갔다. 글 속에 등장하는 남자의 유언장과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묘사하며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앙갚음을 했다.
처음엔 제목만 보고 심장이 벌렁벌렁 했으나, 내가 생각한 그런 죽음이 아니었다는 것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귀여운 복수였다!
💜[남극]
평범하고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던 가정주부의 일탈. 가족에겐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간다고 하고 집을 나선 여자는 낯선 남자를 만나 극진한 보살핌을 받는다.
두 사람이 함께 술잔을 비우고 밖으로 나간 것까지는 괜찮았는데 가벼운 산책으로 끝나지 않고 "우리 집으로 가요."란 남자의 말에 그녀가 따라갈 때부터 뭔가 심상치 않으리란 걸 예감했다.
"당신이 아메리카 대륙이라고 생각해요." / "내가 콜럼버스가 될게요." 🫣
주인공이 단순하게 생각한 즉석 만남의 결말은 장르가 바뀌었나 착각할 정도로 강렬했고. 긴급하고 절망적인 순간에서 남극의 눈과 얼음, 죽은 탐험가들의 시체, 지옥과 영원을 떠올리다니.. 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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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라는 부제에 담긴 간결하고 섬세한 세 편의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제목만으로는 상상이 가지 않는 전개여서 몰입감이 컸고..✨️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해석의 자유를 독자에게 선물해준다는 점에서 매력만점이란 생각이 들었다. 허를 찌르는 반전 결말은 다시 생각해봐도 엄지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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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와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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